유려한 몸짓으로…추사가 살아났다

2011.10.31 20:23:59 9면

‘추사, 21세기에 만나다’/ 4일 과천시민회관

 

한국 정상급에 오른 한뫼국악예술단이 ‘추사, 21세기에 만나다’라는 작품을 4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 올린다.

홀로그램을 이용한 김정희 선생의 일대기를 영상과 춤, 소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7장으로 나눠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1장 ‘난을 그리며 마음을 맑게’(不二禪蘭)는 말년을 과지초당에 보낸 추사에 대한 추억의 메시지다.

죽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가 난을 치면 무대 뒤편 무용수들은 바람이 불라치면 낭창낭창하게 나풀거리는 난의 획을 쫓아 선생의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는 조용한 율동의 춤을 춘다.

2장 ‘조선제일의 학자로세’(海東第一)에서는 나이든 추사가 깊은 회상에 빠져들고 화면은 타임머신처럼 과거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홍등이 걸린 연경거리에서 추사는 무용수들과 한바탕 춤사위를 벌이고 송별연을 그린 주학년의 추사전별도(秋史餞別圖) 영상에서는 추사와 옹방강이 미처 나누지 못한 정을 필담으로 주고받는 정경을 그렸다.

순탄한 벼슬길에 반해 강직한 성품 탓에 모함을 받아 두 번의 귀양길에 오르는 등 극과 극을 살았던 추사의 생애는 생전에 남긴 시첩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3장 ‘구름위의 구름, 꿈속의 꿈’((雲外夢中)에서 그런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4장은 제주 유배가는 길이다.

천둥소리와 밀려오는 파도 위를 조각배가 위태롭게 밀려가는 광경이 영상 에니메이션으로 표현되고 제주도 해녀로 변신한 한뫼 단원들은 긴 유배 길에 지친 그를 위로한다.

추사의 외롭고 쓸쓸한 제주생활은 세한도에서 잘 드러나 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뜻을 지닌 세한도는 추사의 외롭고 쓸쓸한 제주생활을 5장에서 보여준다.

추사의 작품 중 대표작인 명선(茗禪),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 산숭해심, 유천희해(山崇海深 遊天戱海), 판전(板殿)의 작품들이 6장에서 춤 동작으로 표현되고 붓 천 자루와 벼루열개를 닳아 없애고도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마천십연(磨穿十硏) 독진천호(禿盡千豪)을 끝으로 무대는 막을 내린다.

오은명 단장은 “추사 디지로그 작품을 통해 21세기에 맞는 추사선생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했다”며 “추사의 생애를 다시 되짚어보는 영상과 춤의 조화를 잘 음미하면서 공연을 보면 한층 심취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과천에 기반을 두고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는 한뫼국악예술단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국악가무악극 ‘붓천자루 벼루 열 개’, ‘늘 푸른 소나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등 추사 세계를 추구해왔다.
김진수 기자 kj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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