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 물리치는‘사랑의 연탄’어려운 이웃 창고에 차곡차곡

2013.02.13 19:52:24 24면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온기 전하는 ‘연탄기부은행’

회원·독지가들 기금 조성

국가·지자체 지원 못받는

극빈층 가구에 연탄 배달

수혜자 홀몸노인·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배달해야

기동순찰대·금융기관 등

배달 참여 순수 민간 봉사

하남 지역에서 시작해

정관 고쳐 전국으로 확대


최근 들어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서운 추위는 어둡고 그늘진 사람들에게 혹독한 겨울이다.

우리 사회에는 복지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영세 빈곤층이 많다.고령화시대에 접어 들면서 사회적 빈곤층은 더욱 늘고 있다.

얼음장 같은 냉방에서 겹겹이 이불을 둘러쓰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겨울은 ‘따뜻한 방’이다.

하남에서는 이들의 ‘따뜻한 방’을 위해 사랑의 연탄이 전달되고 있다.

바로 ‘연탄기부은행’이다.

이 은행은 회원들이 기금을 조성하고, 부족한 금액은 독지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지난해 가난한 하남시 이웃들에게 1만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이기홍 사무국장은 “연탄은 냄새가 독하고 재처리가 문제여서 모두 기피하는 난방연료”라며 “아직도 연탄을 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연탄난로는 가난의 상징

연탄은행의 수혜자는 홀몸노인이나 쪽방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가정 등 겨울철에 난방비조차 없이 지내는 극빈층이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보조받지만 의료비와 생계비로 쓰기에도 모자라 한겨울을 이불과 전기담요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연탄난로는 60년대 주연료였으나, 지금은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는 아직까지 서민연료의 대명사다.

이 은행은 연탄을 지급하는 규정이 까다롭다. 국가 또는 자치단체로부터 연료비를 지원받지 않는 저소득가구에만 연탄을 지급한다.

연료비나 난방비를 지급받는 가구는 아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특히 부실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위원들이 사전 방문조사를 실시한다.

난로 아궁이 수, 연탄 소비량 등 철저한 현장 방문을 통해 꼭 필요한 양만 지급하고 있다.

▲운영위원들이 사전 심의

연탄을 쓰는 가구의 공통점은 연탄을 직접 나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혜자 대부분이 혼자사는 홀몸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등이어서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된다.

하남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교섭 받은 다음, 이들이 나서 연탄을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준다.

하남시기동순찰대, 하남고 인터랙터, 금융기관 봉사 동아리 등이 연탄 자원봉사에 나선다.

허재호 하나은행풍산지점장은 “연탄을 쓰는 집을 가보면 모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며 “연탄 배달 자동차가 닿지 못하는 곳은 반드시 자원봉사들이 직접 날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 지점장은 “한 번은 그린벨트내 언덕위에 비닐 천막을 치고 사는 노부부 집에 연탄을 전달했는데, 거리가 멀어 정말 힘들었다”면서 “연탄기부는 기부와 자원봉사가 어우러져 만드는 순수한 민간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했다.

▲아직도 수 백가구가 사용하는 연탄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가구는 아직도 수 백가구에 이른다. 이들 모두 저소득층이다.

특히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농촌동에 밀집돼 있다.

이 은행은 당초 하남연탄기부은행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연탄을 요구하는 이웃들이 하남시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연탄을 공짜로 나눠 준다는 소문 때문에, 여기 저기서 연탄을 달라고 아우성 쳤다.

그래서 지역을 없애기 위해 정관을 고쳐 연탄기부은행으로 거듭났다.

박성호 은행장은 “하남시를 비롯 구리시, 서울시 인근, 양평군 등 수요대상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기로 했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875-910004-43404 연탄기부은행)



 

 

 





500원짜리 연탄 한 장이 없어 냉골에… 지원받은 연탄 들고 기뻐하는 모습 선해

 

박 성 호 연탄기부은행장

작년 하남시에 1만장 전달

올해 목표 늘려 2만장 계획

자원봉사센터 효율적 연결

이교범 시장 등 200명 참여

세브란스 치과 금 부스러기

모아 2천장 기부 기억 남아


“500원짜리 연탄사랑은 그 무엇보다 뜨겁습니다.”

박성호 연탄기부은행장은 “월동준비 없이 겨울을 맞은 이웃들에게 따뜻한 연탄불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500원짜리 연탄 한 장이 없어 24시간 차가운 냉골방을 지키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면서 “올해는 목표를 늘려 2만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성과는

지난해 하남시 초이동 화재 이재민, 광암동 쪽방촌 거주자, 미사동 저소득층 가구 등을 시작으로 모두 1만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초이동 91번지 일대 4가구는 지난 2011년 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사건으로 비닐하우스가 불에 타 삶의 터를 잃고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천막을 치고 살아가고 있었다.

화재 당시 처참한 모습을 그대로 안고 있는 이들은 연탄마저 없었으면, 겨울철에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우리가 지원한 연탄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자원봉사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하남시자원봉사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다.

이 센터가 자원봉사자들을 일일이 관리하며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그동안 연탄지원 행사에는 이교범 하남시장을 비롯 하나은행 풍산지점 허재호 지점장과 직원, 하남고 인터랙트 회원, 하남기동순찰대 회원 등 자원봉사자로 나선 연인원이 200여명을 넘고 있다.

연탄 마련은 어떻게

운영위원들이 나서 지인들을 통해 모금했다.

연탄 1장 단위 부터 몇 백장까지 부담없이 기부받고 있다. 우리는 큰 기부자 보다 작은 기부자를 더 환영하고 있다.

우리 은행의 설립목적은 기부문화를 확산하려는데 있다. 그래서 작은 기부가 더 반갑다. 그리고 부족한 분은 운영위원들이 부담키로 했다.

특히 원하는 기부자는 반드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기부자는

하남시 소재 세브란스 치과 원장과 직원들이 금부스러기를 모아 2천장을 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 소리없는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정착돼는 것 같아 기쁘다.

 

이동현 기자 leedh@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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