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백마는 가자 울고

2013.02.17 20:04:45 20면

 

백마는 가자 울고    /윤형돈

추억을 견인하러 갑니다

주차한 세월이 너무 길어

한 떼거리의 슬픔과

한 종지의 아침이슬을 마시고 갑니다

교외선 열차가 백마역쯤에 닿으면

녹슬어버린 화사랑



-중략-



마른 씨앗이 된

박제 가슴을 누군가

허브농장에 옮겨 심어 놓았군요

이번 겨울이 올 때 까지만

어딘가 꿀 풀 속에 숨어 있을

로즈마리 여인을 기다려보려구요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 데

남루한 유행가처럼.

 

시인의 안부가 아주 멀다. 정보통신 시대의 창은 예민하지만, 홍수 속 대화는 짧아진 전자매체뿐 아니다. 인간적인 절차가 생략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의 안부를 전하기도 어렵지 않은 시대지만 닿을 듯 손에 들어오지 않는 사랑의 연애는 살아있는 동안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정리할 일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살아가면서 부탁할 일도 많아진다. 가벼워지려면 더 많은 것이 걸리고, 익숙한 시들의 노래는 만나보니 머릿속을 맴돈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은 몰랐던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만남과 안부의 노래는 여전하게 사랑스럽기만 할 것이다. 시인의 무게가 느껴진 날 앰프 음성이 사랑과 대화 속 이야기들이 전해주고 전위된 몸속 가슴앓이처럼 오버랩 되는 순간 무상한 정적한 밤을 더 오래도록 밝혀두고 있기에 충분하다.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