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 동네 벚꽃은 왜 공식 개화일과 다를까

2017.03.05 19:45:00 16면

 

2월 말부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낮 동안에는 10도 안팎의 기온이 관측되고 있다. 한강을 얼릴 만한 매서운 추위가 언제였냐는 듯 겨울이 지나고, 봄에 한 발짝씩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봄 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봄에 피는 꽃들이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기쁨을 표현하듯 피어나는 꽃들은 봄철의 따뜻함과 설렘을 더해준다. 지난 1월 20일 부산에서 매화의 개화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제주, 포항 등지에서도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서 한반도에 봄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아름답게 피는 꽃들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계절관측’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관측이란 계절에 따라 주위 자연 환경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확인하고 그 현상이 발생한 날을 기록하는 것이다.

서울의 벚꽃은 1922년, 개나리와 진달래는 1923년, 매화는 1960년부터 관측이 시작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기록된 관측자료는 기후변화의 추이를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다른 지역 간에 관측된 날짜들의 차이와 같은 지점에서 관측된 날짜들 간의 차이를 오랜 기간을 비교하면 계절의 빠르고 늦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20년(1997~2016)간 관측된 서울의 평균 벚꽃 개화일은 4월 8일로 앞선 20년(1977~1996)의 평균인 4월 11일에 비해 3일 빨라졌다.

계절관측을 하는 데에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 우리 동네의 벚꽃은 며칠 전부터 피어 있었는데 신문에서는 오늘 서울의 벚꽃 개화가 관측됐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같은 기준에서 관측을 수행하기 위해 관측 표준목이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개체에 대해 관측해야 하며, 계절현상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서의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관측 표준목들은 주로 기상관측을 수행하는 기상관서 내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에서는 벚꽃 군락지의 관측도 함께 하고 있다. 벚꽃 군락지의 관측 표준목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수원 경기도청 앞, 인천 자유공원에 각각 지정된 벚나무 3그루다.

관측자는 관측 표준목에서 핀 꽃의 발아, 개화(꽃 핌), 만발(활짝 핌)을 관측해 기록하는데, 여기에도 기준이 있다. 꽃의 발아란 꽃 눈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이 터지면서 꽃잎이 보이는 상태를 말하는데, 관측목 눈의 총수 중 20% 정도가 발아한 날을 관측한다. 한 개체에 많은 꽃이 피는 개나리, 벚꽃 등은 한 나무에서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일로 관측하며, 만발일은 한 나무에서 80%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로 관측한다.

기상청에서는 3월 상순부터 5월까지 벚꽃, 철쭉, 유채꽃 군락지를 중심으로 개화전, 개화, 만개 현상이 관측되면 사진을 찍어 기상청 누리집에 제공하고 있다. 이 정보는 기상청 누리집(www.kma.go.kr)>날씨>관측자료>계절관측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도권기상청에서는 수도권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벚꽃 관측 제보 이벤트를 실시한다.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날씨제보’ 앱을 통해 날씨에 대한 제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서든지 피기 시작하는 벚꽃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제보하는 것이다. 내가 찍은 벚꽃을 공유할 수 있고, 전국 각 지역의 실시간 벚꽃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봄 꽃을 즐기기 위해 너도나도 전국으로 나들이를 나선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싱그러운 꽃들은 우리에게 추억을 남길 뿐만 아니라 매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날짜를 남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꽃구경과 함께 전국 곳곳에 있는 관측 표준목을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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