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해녀(海女)

2017.03.08 19:43:38 16면

바다에서 물질하는 제주 해녀의 숨소리는 독특하다. 얼핏 새소리나 휘파람 소리 같지만 자세히 들으면 전혀 다르다. 수심 10m가 넘는 곳까지 내려가 2분 넘게 숨 쉬려는 본능을 견디다, 물 위로 떠올라 참고 참은 숨을 길게 내뱉는 소리답게 듣는 이에게 어딘지 모를 안도감도 준다. 해녀들은 이를 ‘숨비소리’라 부른다. ‘숨비’는 제주말로 잠수를 뜻한다.

매 순간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하는 해녀는 바다에 나갈 때 ‘이어도타령’을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소나무)의 배여/ 잘잘 가는 건 잡남(잣나무)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 이별 없는 이상향에 대한 애틋한 염원을 담아 안전을 기원하는 것이다.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은 세계에서 한국 해녀와 일본 해녀인 ‘아마’뿐이다. 그러나 차이점은 크다. 제주 해녀는 추운 겨울도 마다하지 않지만 일본 해녀 ‘아마’는 바다가 잔잔한 5∼9월에만 일하며 그것도 부부 2인1조로 물질을 한다. 기량 면에서도 비교가 되질 못한다. 제주 해녀는 ‘19세기 말 한반도 남쪽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진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는 역사성 말고도 2016년 12월 1일 일본의 ‘아마’를 제치고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제주의 상징이 된 해녀, 하지만 원래 제주에선 바다 속 일을 남자가 했었다. 그리고 주로 해변의 유랑인이라는 뜻의 ‘포작(浦作)’이 맡았다. 그러다 임진왜란 전후 수탈에 시달리다 못한 이들이 뭍으로 도주하는 바람에 여자 몫이 됐다는 것이다. 1960년대만 해도 전체 제주 여성의 21%, 2만6000명이 물질에 나섰으나 4337명(2015년)으로 줄었다. 이 중 70대 이상이 60%다. 10∼20년 후면 현역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행히 어제(8일) 문화재청이 제주도를 비롯해 한반도 해안가에서 전해오는 고유한 어업문화인 ‘해녀’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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