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방학(放學)

2017.07.16 19:35:41 16면

고려의 수도 개경에는 12개의 사학(私學)이 있었다. 12도(十二徒)라 부른 이 사립 고등교육기관은 문종 때에 설치되어 고려 말까지 360여 년간 고려교육 진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시초로서 조선시대에 크게 성행한 서원의 발전에 주요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당시 활발한 교육현장 구실을 했던 12도 에서는 매년 음력 5∼6월경, 인근 절의 산방을 빌려 시회도 열고 조촐한 주찬을 갖기도 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하과(夏課)’를 실시한 것이다. 기간은 약 50여일 정도로 가을철에 접어들면 마쳤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계절교육 형태의 방학(放學)을 실시 한 셈이다. 다시 말해 학도와 선생들에게 한 여름 그 어렵고 힘들다는 ‘공부를 놓고’ 잠시 쉬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해준 것이다.

조선시대 전통적 교육기관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 휴식 또는 계절학습 등을 실시하여 학습의 능률을 올리고자 했던 게 그것이다. 종친 자제의 교육기관인 종학(宗學)에서 매년 6월 초부터 7월 말에 이르는 하기와, 11월에서 12월에 이르는 동기에 방학도 그중 하나다. 또한 매월 초하루·초파일·보름·23일에는 급가(給假:임금의 특명으로 휴가를 주는 것)라고 해서 휴식을 취하게 하기도 했다.

초등교육기관인 서당에서도 한여름엔 손에서 책을 놓고 시를 지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쉴 틈 없이 공부를 강요당한 세자에게도 정연이라는 방학이 있었다. 세자에게 경서를 강론하는 서연을 일정 기간 중지한다는 뜻이다. 근대교육제도가 실시되면서 공식 도입됐고 지금은 모든 교육기관에 의무화 되어 있는 ‘방학’의 역사는 이처럼 오래됐지만 의미는 변함이 없다.

그런 방학 시즌이 돌아왔다. 상당수 초·중·고교가 이번 주에 여름방학에 들어갔고, 나머지 학교들도 이달 말까지 차례로 여름방학을 해서다. 덕분에 집집마다 비상이라고 한다. 방학 기간 중 자녀와 부모의 처지가 반대로 바뀌는 바람에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녀의 방학은 ‘부모의 개학’이라 역시 ‘방학은 방학’ 아닌가? 미래를 위해 가족간 추억거리를 많이 만드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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