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1·29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9·7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다. 내용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총 6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이며 판교 신도시 2개 규모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6곳 3만 2000가구, 경기 18곳 2만 8000가구, 인천 2곳 100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는 과천 경마장·방첩사령부 이전 부지가 포함돼 있다.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엔 9800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과천시민과 인근 주민들, 과천시, 한국마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과천시의 입장은 이미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더해 9800가구가 또 들어선다면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능력이 초과된다는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공공주택지구 사업만 해도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지구, 주암지구, 갈현지구 등 4곳이나 된다. 이런 이유로 신계용 과천시장은 공식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과천시의회도 2일 열린 제295회 임시회에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9800호 주택 공급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정부가 발표한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 부지 내 주택 9800호 공급 계획이 과천시의 교통·교육·환경 등 도시 수용 여건을 일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즉각적으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계획을 현실과 괴리된 구호로 시민을 기만하는 고밀도 주거 확대 계획에 지나지 않으며, “과천시를 정책 실험 대상이자 희생양으로 삼는 폭력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과천시 주택 공급 계획이 이미 시 인구의 1.7배에 달하고, 교통·하수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개발은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뿐”이란 내용이 포함된 결의문은 국토교통부 등 관련기관에 발송됐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과천 경마공원이 단순한 개발 대상지가 아니라 연간 420만 명의 국민이 찾는 수도권 핵심 레저·문화 자산“이라면서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2만4000명의 말 산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산업 학살”이라면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과천 경마장을 일방적으로 없애는 것은 산업 종사자를 거리로 내몰고, 시민들의 여가권을 침해하는 행정 폭거”라고 반발했다.
주민들도 정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과천경마공원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정보공개청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지난 7일 오후엔 과천 중앙광장에서 정부 계획안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9일자 6면, ‘경마공원·방첩사 부지 주택 공급 계획에 과천 시민 반발 확산’) 지역과 말 산업계가 모두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천시 뿐 아니라 의왕 등 인접 도시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화 상태인 교통체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능력 초과라는 문제 외에도 반대이유는 또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과천시는 500억 원을 마사회 레저세로 받고 있다. 이는 시 연간예산 약 5000억 원 중 10%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만약 경마공원이 타 지역으로 이전할 시 이 지방세 수입은 사라진다. 시 재정 자립도에 악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경마공원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약 3000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과천과 인근도시에 살고 있다. 이들이 직업을 상실하면 지역 상권도 움츠러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천 경마공원 폐쇄로 인해 한국마사회 재정에 문제가 생기고 말 산업분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도 할 수 있다. 마사회 매출이 줄어들면 농축산 지원에 사용되는 축산발전기금도 감소, 농촌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까지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좀 더 심사숙고한 뒤 추진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