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산수국 통신

2017.08.13 19:20:24 16면

 

산수국 통신

/강영은

길고 좁다란 땅을 가진 옆집에서 길고 좁다란 닭 울음소리가 건너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이 젖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을 꽃피우고 싶어졌습니다 길고 좁다란 돌담 속에서 길고 좁다란 뱀을 꺼냈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에게 길고 좁다란 뱀을 먹였습니다 길고 좁다란 목을 가진 닭 울음소리가 그쳤습니다 비 오는 북쪽이 닭 울음소리를 훔쳤겠지요, 길고 좁다란 형용사만 그대 곁에 남았겠지요

비 개어 청보라 빛 산수국 한 그루 피었습니다 그대에게 나는 산수국 피는 남쪽이고 싶었습니다


 

 

 

 

 

 

 

 

 

‘길고 좁다란’ 형용사를 남길 수밖에 없는 화자의 슬픔의 근원은 북쪽과 남쪽이라는 공간에 떨어져 있는 나와 그대의 거리이며 부재의 공간인 듯하다. 비 오는 북쪽이 그대와 나라는 사이를 가른다 해도, 그것이 설령 죽음일지라도. 늘 ‘청보라 빛 산수국’이 피는 영원한 ‘남쪽이고 싶’다는 간절한 심연의 공간을 타전하고 있다. 그리움은 결국 어떤 거리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생생함이 다하는 좋은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