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사건

2018.03.18 18:55:53 16면

 

사건

/김애자


월릉리 회관에 지난밤 도둑이 들어

쓸 만한 가재도구는 모두 가져갔대요

구석에

휘어진 옷걸이

몇 개만 남겨두고


한걸음에 소식 듣고 달려온 할머니들

쓸어내린 가슴에 구덩이 푹 파이는데

뒤늦게

당도한 할머니 왈

“늙은이들만 놔뒀네!”


 

 

 

시의 착상이 재밌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구약성서 시편이 기억난다. 사람의 세월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랑이란 이분법적인 굴레에 있어 그렇다. 정신의 자리와 물질의 자리에서 사물의 가치로 대비되는 늙은이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들의 어머님 얼굴이 떠오른다. 잃어버린 세월은 다시 붙잡을 수 없다. 화사한 바깥세상이 궁금해지는 노인정에도 봄나들이 그리움들로 생의 이면들을 찾아서 스스로 맞는 옷을 입고 단장을 하고, 위로하고 자축해 격려해 보는 날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보자. /박병두 문학평론가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