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문]태교

2018.07.05 20:53:47 16면

“아낙네가 잉태하면 결코 거꾸로 자지 않고, 모퉁이에 앉지 않고, 귀로는 음란한 말을 듣지 않고, 눈으로는 사악한 것을 보지 않으며….” 조선 영조때 여성 실학자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 ‘청낭결(靑囊訣)’에 나오는 말이다. “무릇 임산부는 옷을 너무 덥게 입지 말고, 밥을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고, 망령되게 약을 쓰지 말고, 지나치게 성을 내지 말고, 때때로 거닐어라”는 내용도 있다. 임산부의 금기사항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기록으로 현대에도 유효하다.

태교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말 정몽주의 어머니 이씨가 남긴 ‘태중훈문(胎中訓文)’이다. 이씨는 이 글에서 “선현들의 지나간 행적을 더듬고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나도 그와 같은 위인을 낳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통 인간이 행하기 힘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아버지의 태교를 강조한 지침서도 있다. 1801년 편찬된 ‘태교신기(胎敎新記)’가 그것이다. “잉태 시 부친의 청결한 마음가짐은 모친의 열 달 못지않게 중요하다… 헛된 욕망이나 요망하고 간악한 기운이 몸에 붙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식을 가진 부친의 도리다. 고로 아기가 똑똑하지 못한 것은 부친의 탓이다”라고 적혀 있다.

태교가 중요한 만큼 이처럼 조심해야 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말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임산부의 마음이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임신에 따른 자신들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기 쉬운 탓이다. 입덧은 괴롭고 몸은 피곤하고 직장인의 경우 주위의 눈길도 부담스러워 더욱 그렇다. 하지만이보다 더 임산부를 괴롭히는건 아이 낳고 키우는 일에 대한 불안감이다. 물론 양육조건이 열악한 사회구조 때문이다. 덩달아 출산율도 세계 최저다.

문재인 정부 첫 저 출산 대책이 어제(5일) 발표됐다. 이번 대책은 지난 정부와 달리 출산과 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산도 1조원가까이 늘렸다. 차제에 임산부에 대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임신과 태교, 나아가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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