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산책]접도蝶道

2018.12.30 19:08:00 16면

도蝶道

                          /이선균

막 우화한 물결나비 우편함 속으로 날아와

숨을 할딱인다.

파문을 일으키며 날아든 시집

날개를 펼치면 내 이름이 박혀 있지.



나는 겹눈을 굴려 나비의 내상(內傷)을 읽는다.

눈부신 상처에서 꽃 냄새를 맡는다.



상처의 모서리를 접고 또 접는다.

날개에 베어 피를 흘린다.



나는 우화를 꿈꾸는 유충.

등이 가려운 건 나비를 만난 효과.



나는 마른 풀잎 뒤에 숨어 지내지.

탈각이 두려운 거지.



들킬까 봐.

읽힐까 봐.

지칠까 봐.

 

 

 

 

 

 

막 우화한 나비가 날개를 달았군요. 내게도 날개 돋으려는지 등이 가렵군요. 한 마리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이 내게 태풍과도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 나비의 물결무늬 속 내상이 만만찮음을 봅니다. 어찌 아니겠습니까. 애벌레에서 용화를 거쳐 번데기가 되고 다시 우화하기 까지, 나비는 숱한 고뇌와 자기성찰, 우여곡절의 아픔과 좌절을 뛰어넘어야 훨훨 지상의 꽃들을 탐할 수 있으니까요. 접도蝶道, 저 나비의 길, 그것이 시인의 길임을 우편함 속으로 날아든 시집의 작은 파문으로 직감합니다. 언제쯤 우화할 수 있을까, 나비의 길을 꿈꾸지만 막상 두려운 건 세상속입니다. 시인들에겐 그것이 아이러니지요. 아프고 힘들고 지쳐서 시를 쓰지만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타인들에게 읽히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두려워 숨게 되는 접도! 그 고행길에서 누군가 소리쳐주길 기다립니다. 등을 찢고 날개를 꺼내라고, 힘차게 비상하라고. /이정원 시인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원본사 :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일로 8, 814호, 용인본사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974-14번지 3층 경기신문사, 인천본사 :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545-1, 3층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경기, 아52557 | 발행인·편집인 : 표명구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