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의 재미있는 인천 7 - 청관(淸館), 차이나타운

2020.12.15 15:24:21 15면

 

 

 문학작품 속에서 청관을 묘사한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칙칙하고 밝은 면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중국인들의 전통 의식주에서 오는 소치가 많겠지만 눈으로 보는 사실만을 묘사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인적이 드물고, 한적하고 우중충한 청관, 거무튀튀한 거리’(청관, 학산문학사, 1982). 인천의 소설가 심창화의 단편집에 나오는 ‘청관’의 도입부 희곡의 지문에 해당하는 글이다.

‘중국인 거리는 연기가 서린 듯 눅눅한 어둠에 잠겨들고 있었다.’ 인천에 잠시 거주했던 소설가 오정희(1947~)의 ‘중국인 거리’에 묘사된 청관의 모습이다.

 

‘남자들은 돼지꼬리처럼 땋아 내린 변발(辮髮)을 했고, 부녀자는 걸을 때면 뒤뚱뒤뚱 거리는 졸여 붙인 전족을 하고 남녀 간에 칙칙하고 더러운 검정색 아니면 청색무명옷을 입고 있었으니 깔볼만한 몰골이기도 했다....(중략)...빈곤하니 불결한 살림...’ 의학자 겸 향토사학자 신태범 박사의 ‘개항 후의 인천 풍경’에 담긴 중국인의 모습이다.

 

개항 2년 후 전권대사 원세개를 따라 들어온 청국의 큰 상인들 점포가 즐비하게 들어섰을 당시의 우리는 그들을 대국(大國) 사람이라고 높여 부른 적도 있었지만 1887년을 기점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며, 시쳇말로 ‘코리아 드림’을 이루고자 노무자들과 행상이 넘쳐나며 청인(淸人)이라고 하대를 했다. 청·일전쟁을 치르며 동란에 걸친 그들의 모습은 문학작품 속에서 그럴 수밖에 없이 묘사됐던 것이다.

 

청관이란 명칭은 개항장 인천에 설치된 각국지계로 치외법권을 누린 중국인 거류 지대를 칭하는 지역명으로 지계가 폐지된 뒤로도 사용됐다. ‘차이나 타운’이라는 말은 근·현대를 지나 10여년 전부터 불려진, 다분히 관광지로 성장해 갈 목적에 의한 생경하기 이를 데 없는 명칭인 듯싶다.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청관지역의 상업은 거의 쇄락해 버렸다. 광범위한 물자의 교역보다는 관광 접객을 위한 중국 음식점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차이나 타운, 그 시절 청관과 잘 대조되고 있다.

 

사람은 입고, 먹고, 등 따습게 자는 의식주(衣食住)를 잊고 살 수 없는 동물임에 오늘은 청관의 대표 먹거리란 온 국민들의 주, 간식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짜장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개항 후 인천에 온 산동의 자오등(자오저우, 지금의 칭다오 일대) 출신 노무자들을 위한 간편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짜장면의 시작이었다는 게 정설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다. 그러나 본시 중국에서의 짜장면과는 좀 다른 듯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변했다.

 

책상다리 빼고는 다 요리에 주(主)던 부(副)던 재료로 쓰인다는 속설도 있지만 중국의 음식은 무궁, 다양하다는 말은 누구나 아는 말, 지역의 이름을 접두어로 둔 짜장면이 많다, 전 세계로 유·이민된 화교들을 대표하는 음식, 그것이 바로 짜장면인 동시에 100년을 훌쩍 넘는 역사의 음식이다.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노신(魯迅)의 제3전 ‘고사신편’에 있는 ‘분월(奔月)’을 들여다보면 짜장면이 나온다. 신화를 내용으로 하거나 혹자들은 노신과 그의 제자 고장홍(高長虹)의 관계를 풍자, 비유한 소설이라고도 하지만 바람직한 인간상을 그린 소설로 그가 1925년에 창간한 ‘망원’에 발표된 바 있다.

 

‘또 까마귀 짜장면, 또 까마귀 짜장면이야! 어떤 집에서 일 년 내내 까마귀 짜장면만 먹는 집이 있는지 당신 가서 물어봐요! 내가 정말 무슨 운으로 이런데 시집와서 일 년 내내 까마귀 짜장면만 먹는지 모르겠어!’ 까마귀를 사냥한 남편에게 퍼붓는 대사로 작품발표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짜장면이라고 보면 역사는 역사인게다.

 

정말 책상다리 빼고는 다 요리해 먹는가 보다. 까마귀 짜장이라니. 음식문화가 발달한 중국, 과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 음식 중에서도 짜장면과 같이 국수를 끄는 요리가 1200종이라니 가공할만한 숫자다.

 

베이징의 ‘라오베이징짜장면’, 상하이의 ‘양춘면’, 산시의 ‘라오샤오면’ 그리고 옌타이의 ‘푸산라면’이 으뜸이 아닐까. 청나라의 황제 강희제는 용의 수염처럼 실오라기 같은 ‘룽쉬면’을 즐겨 먹었다니 중국은 중국인가보다. 청관, 아니 차이나 타운에는 그런 것 있을라는지 모르겠다./ 시인·인천서예협회 고문

이인수 기자 yis622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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