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오랜 염원이었던 근속기간 단축이 현실화됐지만, 경찰조직 자체적인 직급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반쪽짜리 변화’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각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법적으로 경찰 근속연수가 25.5년에서 23.5년(경위→경감, 2년 단축)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경찰관들은 환호보다는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이 직급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통령령인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때문이다.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의 제26조 3항에는 ‘근속승진 대상자의 100분의 40에 해당하는 인원수를 초과하여 근속 승진임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근속 승진 대상자라도 40% 안에 들지 못 하면 승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경찰의 승진 적체율을 고려하면 법안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승진하는 데에는 여전히 23.5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앞서 본보가 보도한 기사(지난달 23일 6면-경찰 승진 적체 ‘극심’, 일반직보다 계급·근속연수 더 많아···“개선돼야”)에서도 드러났듯이, 실제로 100% 중 40%만 근속 승진시키는 이 조항 때문에 기존 근속연수인 25.5년을 훨씬 넘은 30년 이상을 근무해도 경위에 머무는 등 경찰공무원들의 승진이 적체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무원 임용령 제35조의4(근속 승진 임용) 5항에 명시돼 있는 ‘근속 승진 후보자의 100분의 40에 해당하는 인원수를 초과하여 근속 승진 임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며 일반직 공무원과 경찰공무원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수십 년간 일반직 공무원보다 직급상 1계급이 더 많았고 법정 근속연수도 2012년 기준 3.5년, 2013년 기준 5년, 2017년 기준 2년이 더 많았던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경찰의 승진적체율이 얼마나 극심한지, 승진 경쟁률이 얼마나 높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타 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의 직급별 인원 분포율을 살펴보면, 경찰의 극심한 승진적체율을 체감할 수 있다.
2019년도 기준 경찰공무원의 경무관(3급) 이상은 0.08%인 반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3급 이상 비율은 각각 1.37%, 0.23%로 경찰공무원과는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총경(4급)과 경정(5급)도 마찬가지다. 경정의 경우에는 전체 경찰공무원의 2.2%에 그치지만, 국가직과 일반직 5급은 각각 9.49%, 6.8%에 달한다.
7급 이하 비율은 되려 경찰이 훨씬 많다. 경사(7급) 이하는 77%에 육박한다. 직급상 6급이지만 7급 대우를 받는 경위까지 7급에 포함하면 수치는 90%를 웃돈다. 그러나 국가일반직 7급 이하 공무원은 64.48%, 지방일반직은 62.9% 수준에 머문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근속 승진 법안이 개선됐어도, 직급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고질적인 승진적체 문제를 해소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원성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제도가 온전히 승진에 확대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근속승진 단축)‘을 통과시킬 때, 근속승진 퍼센트도 같이 개선하려고 했으나, 잘 안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는 결국 직급구조가 열악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번에 추진된 근속기간 단축은 일반직과 동일하게 근속 승진을 시켜주기 위함이 목적인데, 경위 이하가 90%에 달하는 등 직급구조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까 근속 승진 비율이 일반부처랑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더라도 승진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정(5급) 이상 직급을 늘려 승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경찰 직급구조 개선에 난색을 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경찰같은 경우에는 수행업무와 직급체계 등을 고려해서 경감이나 경정의 비율을 늘려야지, 인사만을 위해서 비율을 늘리는 건 곤란하다”며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수행업무와 관련해서 경찰 내부적으로 혼란을 빚을 수 있고, 예산 차원의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