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의 인천얘기 8 - 2021 희망나눔 캠페인

2020.12.22 08:15:37 15면

 ‘역사에 기록될 만한’ 2020년도 어느덧 세밑이다. 이제 일주일여 뒤면 새해, 신축년(辛丑年)이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사람들은 가족·친지나 친구, 지인, 직장 동료 등과 각종 모임을 가지며 한해를 되돌아보고 저마다의 희망을 가슴에 안은 채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올해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 1년 가까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겨울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해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에서는 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됐다. 내년 1월3일까지로, 3단계에 준하는 초강경 조치다. 숫자는 비록 ‘5’이지만 사실상 모든 만남을 자제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다.

 

바라는 소망도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이나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 백신의 빠른 보급일 것이다. ‘지긋지긋한 병균을 멀리 털어내버리고픈 마음’, 온 세계인들의 바람이 이렇듯 하나로 모아진 경우도 인류 역사상 드물 듯 싶다. 코로나로 한 해를 시작하고, 코로나를 이야기하며 한 해를 보내고, 정리하고 또 코로나 걱정과 함께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심경이 답답하고 암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돌아봐야 할 곳이 있다. 아니, 꼭 돌아봐야 한다. 나보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자원봉사자, 공무원들... 같은 시간, 같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아 가는 이들의 삶은 우리의 시계(示界)를 훌쩍 뛰어 넘는 그곳에 있다.

 

‘희망 2021 나눔 캠페인’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연말연시에 벌이는 행사다. 올해는 인천시청 앞 인천애뜰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모금 목표액의 1%가 달성될 때마다 1℃씩 올라 온도계가 100℃를 돌파하도록 하는 기부문화의 상징이다.

 

모금회는 올해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모금기간을 열흘 줄이고 목표액도 지난해보다 15% 적은 67억2000만 원으로 낮춰 잡았다. 인천의 모금액은 2016년 51억 원, 2017년 71억 원, 2018년 74억 원, 2019년 76억8000만 원에 이어 2020년 85억 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사랑의 온도탑도 빼놓지 않고 100℃를 넘겼고, 2019~2020년에는 역대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20일 남짓, 반환점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온도계는 30℃를 조금 넘었다. 

 

항상적으로 이뤄지는 기부문화가 개인들에게까지 보편화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는 특정한 사건, 시기에만 집중됐던 ‘구호’ 또는 ‘의연(義捐)’으로 익숙했다. 기부는 그 사회의 건강성과 공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내가 사는 지금 이곳이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곳이구나’라는 자긍심을 주는 선순환이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삶, 즉 공동체사회를 실현하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실천덕목이기도 하다.

 

조선 정조대왕 때 기부를 통해 국난을 이겨내고 백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사람이 있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전한다. 주인공은 제주도 출신 여성기업인 거상(巨商) 김만덕(金萬德 1739~1812)이다.

 

혹심한 흉년에 거의 모든 제주도민들이 아사위기에 처하자 그는 객주업 그리고 육지와의 교역을 통해 평생 쌓은 재산을 쾌척, 수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관념이 철저했던 유교사회에서, 천하디 천한 기생 출신의 여성으로서 보여준 그의 덕행에 당시 고위 관료들은 앞다퉈 전기와 시 등을 지어 찬사를 보냈다.

 

큰 가뭄이 들었던 성종 16년(1485년), 충청도 진천의 사노(私奴) 임복(林福)이 진휼을 위해 곡식 2000석을 내놨다. 이에 감동한 임금의 면천(免賤) 지시에 많은 관료들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자 그는 1000석을 더 기부해 물의를 깨끗이 잠재웠다. 노비들의 잇단 기부는 영의정 등 고위 관료와 양반 사대부가에까지 확산되는 행렬로 이어졌다.

 

희망나눔 캠페인이 5부 능선에 접어든다. 내년 1월31일까지다. 아직은 남은 시간이 더 많다. 너무 걱정하거나 좌절하거나 희망을 꺾기에는 이르다는 말이다. 인천인들은 매년 놀라운 시민의식을 보여주며 온도탑을 뜨겁게 달궜다. 올해도 따뜻한 나눔과 기부의 물결이 들불처럼 일어나 100℃ 눈금을 훌쩍 뛰어 넘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느와르(noir)’를 연상시키는 세월, 경자(庚子)년 끝머리, 올 한해 코로나19로 인한 심적·물적 고통을 정말 꿋꿋하게 견뎌온 시민들과 경기신문 독자 제위께 경의(敬意)와 함께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인천본사 편집국장

이인수 기자 yis6223@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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