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존재하는 미생물의 변화를 통해 중증 알코올성 간염을 진단 및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중증 알코올성 간염은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 중 가장 심한 상태로 치료하지 않으면 한 달후 사망률이 50%가 넘는다. 현재는 과도한 알코올 섭취력과 혈액검사를 통한 황달과 응고인자 검사로 진단한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재연 교수팀(김순선 교수·은정우 연구조교수)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국내 6개 대학병원(아주대병원·고대안암병원·성빈센트병원·인천성모병원·부천성모병원·부천순천향병원)에서 모집한 중증 알코올성 간염 환자 24명과 정상군 24명의 대변 미생물 및 미생물 유래 세포외 입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생물 종의 다양성을 알아보는 ‘알파다양성(개체 내 미생물 종의 다양성)’은 작고, ‘베타다양성(군내의 개체 간 미생물 차이)’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장내 미생물이 다양하지 않으며, 같은 환자여도 미생물 종류가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환자군의 장내 미생물에서 공통적으로 증가 혹은 감소한 144개의 미생물 종을 확인했다.
중증 알코올성 간염 환자 8명을 대상으로, 4주간 경구 항생제 ‘리팍시민’ 치료 후 장내 미생물 조성을 확인한 결과, 15종의 미생물이 회복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군의 장내 미생물 중 베일로넬라균(Veillonella)과 베일로넬라 파르불라균(Veillonella parvula)이 증가했다가 리팍시민 치료 후 다시 감소했다. 반대로 프레보텔라균(Prevotella)과 프레보텔라서애균(Prevotellaceae)은 감소했다가 리팍시민 치료 후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일수록 초기 프레보텔라균(Prevotella)의 비율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조성을 분석함으로써 중증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진단 및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장내에는 우리 몸 세포보다 10배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다. 이러한 장내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은 혈관이나 림프관을 통해 간으로 전달돼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최근 알코올성 간질환의 병태 생리학적 기전 중 하나로 ‘장-간 축(gut-liver axis)’ 이론이 부각되고 있다. 국외에서 알코올 혹은 알코올성 간질환과 연관된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보고된 바 있으나,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처음이다.
정재연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각종 질환에서 식습관 조절이나 약물, 다른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하는 방법을 통해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켜 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말한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중증 알코올성 간염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미생물의 불균형을 이용한 새로운 진단 및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중증 알코올성 간염뿐 아니라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 및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더불어 장내 미생물 균총 개선을 위한 식품, 약품 및 대변 바이오뱅크 등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1월 소화기학 관련 국제 학술지 Alimentary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2019년 Impact factor 7.515)에 ‘중증 알코올성 간염에서 잠재적 진단 및 예측 바이오마커로서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as a potential diagnostic and predictive biomarker in severe alcoholic hepatitiss)’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