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선택해 그려가는 미래와 진로, 이제 고교학점제 시대

2021.03.23 06:00:00 7면

경기도교육청 역점정책 Ⅰ.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편성‧교내·외 공간혁신이 관건
학생 진로 맞춤형 설계·공교육 신뢰 쌓는데도 도움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수강하면서 나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등교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해요. 내가 만든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때에 따라 공강 시간이 생기니 대학생활을 미리 경험하는 기분도 들고요. 3학년에는 스페인어와 교육학 과목을 듣고 싶어요.”

 

국제고 진학이 꿈이었던 A양은 집 근처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연구학교에 입학했다. A양은 “문예창작과 영미문학 수업을 들으며 글 쓰는 힘을 키울 수 있었고, 이제는 외국어로도 글을 쓰는 꿈이 생겨 관련 과목을 골라 들을 예정”이라며 뿌듯해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고교교육 실현’을 비전으로 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계는 이번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2025년 외고‧자사고 등 일반고 전환을 내용으로 한 고교체제 개편과 더불어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러한 교육부의 기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조금 더 빨리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경기지역 일반고의 50%인 185개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했다. 이어 올해는 85%인 319개교, 내년에는 379개교 모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게 된다. 교육부가 2025년 전면 도입하기로 한 기간에서 3년 앞당긴 목표다.

 

◇ 학생이 원하는 과목 선택해 수강, 교육과정 편성‧공간혁신이 관건

 

도교육청은 오는 2021년까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100% 지정과 더불어 ▲학생 진로‧적성 등 희망에 따른 과목 개설(학습 선택권 확대) ▲교과별 학업성취수준 도달에 따른 이수 인정(책임교육 체제 구축) ▲선택 과목 활동을 위한 공간 활용 및 재구조화(공간 혁신) ▲지자체 등 협력을 통한 교육과정 마을 캠퍼스 운영(지역 협력 체제 구축) 등을 우선 추진과제로 삼았다.

 

특히 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서 정해진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게 된다. 또 학생은 성취도에 상관없이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이 아닌, 목표와 성취 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과목 이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출석 일수로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한 경우 졸업을 인정, 졸업이 곧 본질적인 학력 인정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편성과 교실 공간 구성 등이 관건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기별로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을 제시해 수강신청 할 수 있게 했다. 수강 철회 및 변경 기간을 두어 타 교과목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효율적인 교실 운영을 위해서는 클래스를 구성하기 위한 기준학생 수를 정하고 이에 맞춰 과목별 학급을 늘려나가는 방식을 썼다. 교원 배치 기준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변경했다. 기존 학급에 따른 담임제도 모든 교사가 일정 수의 학생으 담당하는 학생 담당교사 제도로 바뀐다.

 

학교 시설 역시 고교학점제 운영에 적합하도록 리모델링, 재배치한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고려해 교과 교실 수를 배정하고, 일정 규모 학생당 홈베이스와 공용공간도 만든다. 도교육청은 전체적인 학교 시설 개‧증축을 지원하고, 교육과정 마을 캠퍼스 지구 사업 등과 같은 지자체‧대학 등과의 연계도 돕는다.

 

◇ “경기 고교학점제 미래 고교교육 선도 모델될 것”

 

이 같은 인프라와 제도 변화 속에서 학생들은 최소 학업성취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받으며 과정 중심의 성취평가제를 통해 졸업한다. 기존의 지식 습득 중심의 수업 운영 및 학생 간 서열을 중시하는 평가제도를 줄이고 수업 과정에서 수시 평가를 통한 과정적 처방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소 학업 성취기준에 미달하면 재이수나 보충과정 이수를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도 있다.

 

송호현 경기도교육청 학교교육과정과 장학관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 맞춤형 학업 설계와 학생 주도적 학습지원을 할 수 있고, 이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며 “지역 교육공동체가 협력하는 미래 고교교육 모델을 세우는 데 고교학점제 도입이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노해리 기자 haeri@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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