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를 두고 현직 검사가 실명 비판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전날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48·사법연수원 27기)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윤석열 전 총장님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퇴한 뒤 중대범죄수사청 입법 저지 등을 위해 검찰 밖에서 싸우겠다고 주변에 공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퇴 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비판, 서울시장 선거 등 검찰 현안과 무관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장외정치’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박 지청장은 “요즘 부쩍 윤 전 총장의 근황을 다룬 뉴스가 많이 보인다”며 “정치권과 언론이 ‘검사 윤석열이 검사직 수행을 통해 축적한 상징자본’을 활용하기 위해 갈수록 눈이 빨간 게 되는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려운 감정이 올라온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 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께서 비록 현직은 아니지만 검찰 수장이었던 분으로서, 남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 나감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늘리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지청장은 윤 전 총장이 사퇴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하며 그의 퇴임 글에 달았던 자신의 댓글도 함께 적었다. 박 지청장은 당시 “정치활동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해 조직과 권한을 활용했다는 프레임을 통렬히 깨부수어 주셨으면 한다”며 윤 전 총장의 사퇴 결단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한편,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는 재임 시절부터 예고돼 왔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은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 등을 사유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경기신문이 단독 입수한 징계위 의결서에 따르면 당시 징계위는 ‘정치적 중립’과 관련 윤 전 총장이 같은 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과 나눈 대화 내용을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국정감사를 받던 중 법사위원으로부터 “지금 여론에서 대통령 후보로 여론조사까지 되고 있는데 임기 마치고 정치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윤 전 총장은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은 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라는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징계위는 “다수 언론과 국민들로 하여금 윤 총장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것임을 기정사실화 하거나 시사한 것으로 인식하게끔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윤 총장은 주요 여론조사 기관에서 시행하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유력 후보로 꾸준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유력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고, 2020년 8월 3일 대검찰청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 발언이나 언론 사주들과의 만남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왔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징계혐의자의 퇴임 후 정치활동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 수사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일선 검찰청에서 아무리 공정하고, 정치적인 중립과 형평을 고려하며 수사를 하여도 그 결과에 대해 정치적 목적과 동기를 쉽게 결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검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함으로써 전체 형사사법질서를 혼란케 할 수 있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위사실 인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징계혐의자는 정치적 중립에 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징계양정 이유를 명확히 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