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게 하는 힘을 가진 유머, 백남준아트센터 ‘웃어’ 전시서 만나다

2021.04.12 13:59:14 16면

‘웃어’전, 2022년 2월까지 진행…9월 중 작품 일부 교체
1950년대 후반 태동한 예술네트워크 ‘플럭서스’ 주제 담아

 

“장피에르가 없었다면 나에게 플럭서스는 없었을 것이다.”

 

사회의 통념과 제도의 예술을 재치있게 받아친 백남준식 웃음의 반격을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웃어’ 전시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3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플럭서스 작품과 아카이브 200여 점으로 꾸며졌으며, 2022년 2월 2일까지 개최된다. 9월 중 작품 중 일부가 교체되므로 다양한 플럭서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의 주제인 플럭서스는 유럽과 미국에서 1950년대 후반에 태동한 파격적 예술 네트워크로, 1960년대 격변하는 사회에서 혁명적인 예술흐름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진지한 도전을 이어갔다.

 

 

변화와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플럭서스. 예술과 사회의 문제들을 재치있고 유머러스하게 다룬 플럭서스의 중심에 백남준이 자리했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신체를 매체로 활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리를 조합했으며 선문답과도 같은 지시문들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박상애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운영실장은 “코너마다 플럭서스의 특징들이 백남준 예술을 관통하기도 해서 매치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이 전시는 수미쌍관으로 기획해서 편집글의 시작과 끝으로 마치며, 공간구성도 시작점이 곧 끝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시장에 첫 발을 들이기 전 입구에 마련된 네임카드도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전시를 볼 때 생소했던 작가들의 이름을 네임카드에서 찾아보는 재미를 전하기 위해 구성했다는 게 박상애 학예운영실장의 설명이다.

 

9개의 이야기와 극장, 상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장피에르에게 ▲반격의 연주 ▲도발하는 연대들 ▲어쩌다 예술 ▲일상의 파격 ▲남준에게와 더불어 존 케이지, 조지 머추너스, 요셉 보이스, 샬럿 무어먼 플럭서스 전설들을 만나볼 수 있다.

 

 

“걷는다, 뛴다, 행인들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다, 웃는다.”

 

갤러리 22를 설립하고 플럭서스를 적극 후원했던 장피에르 빌헬름이 세상을 떠난 뒤 백남준은 일상 속 평범한 행동을 통해 그를 추모했다. 장피에르 없이 플럭서스는 존재할 수 없고, 자신의 생애에 세 번이나 전환점을 만들어줬다며 존경을 표한 백남준.

 

그는 플럭서스의 발상으로 걷고 뛰고 행인을 바라보는 등의 동작을 통해 장피에르에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플럭서스 전설들’에서 만나보는 존 케이지(John Cage)는 플럭서스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공동의 스승 같은 존재였다. 백남준 또한 본인의 인생이 케이지 만남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받았다.

 

플럭서스의 창시자로 알려진 조지 머추너스는 존 케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뉴욕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실험적 움직임에 처음으로 ‘플럭서스’라는 명칭을 붙였다. 또 1963년 ‘플럭서스 선언문’을 작성해 이들의 실험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전시장 한켠에 걸린 ‘아드리아노 올리베티를 추모하며’ 사진에서 조지 머추너스를 비롯해 토마스 슈미트, 볼프 포스텔 등과 함께한 백남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다 예술’ 코너에서는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계단을 올라 경사로를 걸어내려가며 볼 수 있는 작품뿐 아니라 돋보기로 작은 카드에 적힌 문구를 들여다보며, 보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처럼 플럭서스 작품들은 게임, 지시문, 키트, 우편, 신문, 책,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일종의 지시문인 스코어를 통해 단순히 몸을 움직여 따라할 수도 있고 해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예술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유머는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전략이며, 플럭서스 작품에서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웃음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힘든 때여도 유머는 잠시나마 우리를 웃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웃어’라는 전시명처럼 제도와 규범, 통념을 받아치는 백남준식 웃음의 반격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신연경 기자 shinyk@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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