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큰 불 막아낸 성남고교생 5명 “처음엔 당황…근데 몸이 먼저 움직였죠”

2022.02.18 06:00:00 7면

처음 본 큰 불에 놀랬지만 침착하게 초기 진화 나서
“혼자면 못했을 것, 친구들과 함께여서 든든했다”

 

“이렇게 큰 불을 처음 보니 몸이 굳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도 몸이 먼저 움직였어요.”

 

지난 13일 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 6층짜리 상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외벽이 목재 소재라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했으나, 고교생 5명이 소화기로 초기 진화에 나서 피해를 줄였다.

 

이 용감한 학생 5명은 모두 성남고등학교 2학년생. 경기신문은 학생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어봤다.

 

불을 처음 발견한 건 이재희(19) 씨였다. 친구들과 운동을 마친 뒤 집에 가던 중 유리가 깨지는 ‘펑’ 소리와 함께 불이 일어난 것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뒤 헤어진 친구들에게 전화해 “불이 났다. 꺼야 할 것 같다”며 현장으로 불렀다.

 

재희 씨의 전화를 받은 전민재(19)·서기수(19)·박승주(19) 씨가 도착한 현장은 이미 가게 안이 다 타고 있을 정도로 불이 커진 상태였다.

 

 

처음 본 큰 불길에 학생들은 ‘몸이 굳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즉각 몸이 움직였다고 한다.

 

재희 씨는 “근처에 제가 다니던 합기도장이 있었는데, 그 건물에 평소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있던 소화기가 생각나 친구들과 하나씩 들고 (화재 현장으로) 뛰었다”고 했다.

 

승주 씨는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 분들이 현장에 계셔서 친구들이랑 같이 소화기를 뿌리고, 저는 옆에서 소화기 핀을 뽑고 다 쓴 소화기를 정리했다”고 일사분란하게 진화에 나섰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불이 난 건물) 위층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인명피해가 발생할까봐 (진화를) 더 서둘렀던 것 같다”며 “혼자 있었으면 (진화까지) 못했겠지만 친구들과 함께 있어 든든했다”고 말했다.

 

처음 불을 발견하고 빠른 상황 판단으로 신고와 진화에 나섰던 재희 씨는 “평소 소방관을 꿈꾸고 있어 이런 (화재)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도 많이 해왔어서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칫하면 큰 화재가 될 뻔한 사고를 고등학생 5명이 막아낸 활약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학생들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기특하다, 대견하다’, ‘대단하고 멋지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며 뿌듯한 마음 내비쳤다.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위험하게 왜 그랬느냐”며 걱정을 내비치면서도 “자랑스럽다, 그래도 훌륭하다. 참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요안 성남소방서장은 오는 24일 진화에 도움을 준 학생들을 성남소방서로 불러 표창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김한별 기자 kgcom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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