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길 무조건 잡아"…다급한 외침 속 울진 금강송 군락지

2022.03.08 15:31:03

길도 없고 서 있기도 힘든 비탈…수십명 진화요원, 15m 간격 방화선 구축 사투
연기 짙어지자 굉음과 함께 9대 소방헬기 쉼 없이 날아들어

 

"몸들 지탱해, 호스 위쪽으로 더 올리고."

 

울진·삼척 산불 닷새째인 8일 오전 10시께,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와 두천리를 잇는 경계선의 야산.

 

길도 없고 서 있기도 힘든 비탈에 수십명의 산림청 소속 산불진화요원들이 약 15m 간격으로 길게 방화선을 구축하고 숨죽인 채 결전을 대비했다.

 

얼마 안 돼 야산 정상 부근 곳곳에서 반경 1~2m 크기로 피어오르던 연기가 크고 짙어지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9대의 소방헬기들이 쉼 없이 날아들었다.

 

90분 가까운 소방헬기의 진화작업을 진화요원들은 숨죽이고 지켜봤다.

 

오전 11시 40분께 해당 구역의 불길과 연기가 사라지자 현장을 지휘하던 남부지방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 김평기 소장은 긴장이 풀린 듯 심호흡을 길게 하고서 입을 뗐다.

 

그는 "오전 7시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이 금강송 숲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 이쪽으로 오던 큰 불길은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길이 약 500m 화선(불줄기)을 막았다"며 "헬기의 타격이 끝났으니 진화요원들이 잔불 정리를 시작할 거다"라고 설명했다.

 

방금 꺼진 불길에 일부 금강송들이 탔지만 큰 피해는 아직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현장은 금강송 숲의 중심부와 약 4km 떨어졌다.

 

면적이 2천247㏊에 이르는 소광리 금강송 숲은 수령이 200년이 넘는 소나무 8만여 그루가 자라며 숲의 원형이 잘 보전돼 생태적 가치가 높고 경관도 수려하다.

 

보전 가치가 높은 만큼 이날 불길을 막고자 장비와 인력이 최대한 집중됐다.

 

불길이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산을 둘러싼 약 5km 길이의 임도에는 400m 간격당 한대 꼴로 소방차가 준비됐고 수백명의 진화요원들이 산 아래에서 대기했다.

 

다시 다가올지 모를 불길에 대비해 현장 요원들을 다독이던 김 소장은 "불이 안 온다고 장담을 못 한다. 바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그렇다"면서 "잔불씨들이 있으면 날아서 퍼질 수가 있어 이제부터는 우선 그 하나하나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내로 불길을 무조건 잡아야죠. 반드시 잡을 겁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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