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이슈에 뒷전 밀린 인수위 국정과제…존재감 찾나

2022.04.17 09:34:53 4면

용산 이전·인선 파열음에 검수완박까지…대형 쟁점에 파묻힌 '인수위 한달'
조직개편 미루고 주요공약은 추진 방향 '깜깜이'…'마지막2주' 국정과제 매듭 숙제
安 복귀로 갈등 봉합했지만 불씨는 남아…인사청문정국 블랙홀 가능성도

 

윤석열 정부 국정의 밑그림을 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오는 18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한 달간 쉼없이 달려왔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향후 5년 국정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이슈를 놓고 치열한 정책논쟁이 벌어지면서 국민 여론을 빨아들인 역대 인수위의 존재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초반부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이슈가 부각된데다, 인수위 중반에는 내각 인선을 놓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의 파열음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지형으로 인해 인수위표 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작다는 점에서다.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을 후순위로 미루고, 입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추진가능한 정책과제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인수위 국정과제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박입법) 입법이 정국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인수위 활동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기는 더욱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여기에 인사청문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공산도 적지 않다.

 

그나마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측의 인선 마찰이 가까스로 봉합된 것을 계기로, 인수위는 다음달 초까지 2주간 '국정과제 최종안'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 용산 이전·인선 파열음·검수완박…스포트라이트서 밀린 국정과제

 

윤 당선인은 선거 9일만인 지난달 18일 인수위 현판식을 마치고 첫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신속한 업무 파악을 하고 개선해야 할 점과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빈틈없이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만 대형 쟁점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국정과제 선정 작업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수위 초기에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등을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했다.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계획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면서 정국은 급속 냉각했다.

 

한차례 연기 끝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뤄졌고, 진통 끝에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360억원 지출이 의결되면서 한고비를 넘긴 상태다.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선을 둘러싼 내홍도 인수위 활동엔 '외부잡음'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1기 내각에 안철수 위원장측 인사들이 전면 배제되면서 사실상 공동정부 정신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하루만에 봉합되긴 했지만 급기야 안 위원장이 업무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만찬 회동으로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뇌관'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신상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검찰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민주당의 '최우선 타깃'으로 꼽힌다.

 

최근엔 '검수완박' 입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4월 임시국회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한 민주당은 지난 15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본회의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검찰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반발이 거세다. 인수위 역시 "검수완박은 헌법 파괴행위"라고 맹비난했다.

 

◇ 국정과제 선정까지 2주일 남았는데 '깜깜이'

 

국정과제 선정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4일 공약 대부분이 그대로 포함된 국정과제 1차 초안을 점검했으며, 18일 2차 초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종안은 다음 달 초 확정할 계획이다. '데드라인'은 2주일가량 남은 셈이다.

 

인수위는 국민적 혼란을 막겠다는 이유로 국정과제 확정 전까지 각종 공약의 세부 추진 방향에 대해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수위 출범 한 달이 다 되도록 국민적 관심이 큰 소상공인 손실보상, 부동산 정책 전환, 정시 확대 등 각종 공약의 추진 방향이 '깜깜이'에 머무는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나 공동정부를 둘러싼 내홍 등 메가톤급 정치적 이슈에 가려, 윤석열 정부의 비전을 보여주고 국민 여론을 모으는 의제설정 움직임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수위 기간 이렇게 정책 이슈가 잠잠할 줄은 몰랐다. 과거 정부 인수위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지난 한 달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 나이계산법 '만 나이' 통일 등 공약 중 일부 내용에 대해서만 세부 방향을 발표했다.

 

탈원전 폐기는 탄소중립 정책 수정 방침과 함께 발표했으나, 세부 추진 방안 없이 큰 방향만 제시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놨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 방안과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도 여전히 논의 중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조직 개편은 인수위 기간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는 공약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LTV 규제 완화의 효과를 좌우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 전환 방향에 대해서도 기본 기조만 확실한 상황이다. 구체화 작업은 진행 중인데, 언제 발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인 노동 개혁과 연금개혁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 오르지 않고 있다. 공약에서 제시된 큰 제목만 있을 뿐 각론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논의가 이뤄질지도 불투명하다.

 

대입 정시비율 확대를 비롯한 교육 공약도 상황은 비슷하다.

 

조각이 완료되면서 인수위원 일부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인수위 동력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는 남은 2주간 국정과제 확정 작업과 함께 지난 한 달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의제 설정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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