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식 인천 미추홀구 감사실장 '감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2022.05.12 12:46:53 14면

 새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 구성하기 위한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지방정부의 주역들을 찾기 위한 선거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바야흐로 검증의 시간이다.

 

일찍이 200년 전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목민관의 첫 번째 덕목이 청렴임을 일러주신 바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는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청백리의 표상 황희 정승도 황금대사헌으로 회자됐고 월가의 저승사자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도 한 순간의 스캔들로 청렴검사에서 부패관료로 전락했다.

 

루소가 조물주의 손에서는 모든 것이 신성했으나 인간의 손으로 넘어오면서 부패하기 시작한다고 단언했듯,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John Acton)경의 지적처럼, 권한 가진 공직자가 감사받지 않으면 반드시 부패한다.

 

우리나라 공공분야 감사는 감사원 감사와 자체 감사로 나눠진다. 감사원은 국가 재정에 대한 결산과 1600여 공공기관의 업무, 활동의 적법성 및 효율성을 감사하며, 자체감사는 청백-e시스템을 통해 5대 분야 부패행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공직자의 위법 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과 처분요구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세계 180여 개 국가 공공부문에 대한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한다. 주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의 싱가포르, 홍콩 등이 매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결과는 국가의 대외 신인도이며 국제경쟁력의 주요한 요소로 간주돼 세계 각국이 순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52위에서 계속 상승해 2021년 32위를 기록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목표치였던 지난 정부 임기 내 20위권 진입은 못 이뤘지만 꾸준한 성장은 가히 괄목할만하다.

 

필자가 우연히 부패인식지수와 UN이 발표하는 행복지수(WHR) 그래프를 비교해 보니 신기하게도 궤적과 추이가 일치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다. 청렴해야 행복하지 않겠는가?

 

IM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부패비용은 GDP의 2%, 연간 2조 달러에 이른다. 권익위 조사는 대한민국 부패인식지수가 15점 증가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3만 9000~7만 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기를 3년, 5만 달러는 7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느와르(noir) 영화가 보여주듯 홍콩은 아시아 부패의 상징이었다. 본토의 빈민들과 인도차이나 전쟁 난민들로 북적이는 구룡반도와 바다건너 흥청대는 홍콩섬의 빈부격차는 부패와 혼란의 끝을 알 수 없게 했다.

 

화재현장에 출동해도 뒷돈을 주지 않으면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지 않는다는 ‘우치엔 우슈웨이(無錢無水)’라는 홍콩 뒷말에, 청렴강의를 듣고 있던 소방관들이 탄식을 한다. 그러나 1973년 ‘피터 고드버 사건’으로 이듬해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가 설립된 후 홍콩은 10년만에 아시아의 청렴 선진국이 됐다.

 

바이킹의 땅 북유럽은 오늘날 세계적인 청렴 선진국이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기업 노키아의 안시 반요키 부사장은 기준속도를 25km 초과한 이유로 11만 50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했고, 연간 수입이 700만 유로에 이르는 조지 살로노야는 17만 유로를 물어야 했다.

 

필자가 여행 중 노르웨이 왕궁 앞에서 근무 중인 교통경관에게 수입에 따라 벌금을 차등화하는 일수벌금제(日收罰金制 Dayfine-sytsem)의 형평성을 따지자, 그는 ‘누군가에게 벌금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교통안전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제도와 전통에 깊은 애착을 보였다.

 

개방형 감사관으로 미추홀구에 온 지 열 달이 지났다. 그간 여러 가지 시도와 노력으로 나름 성과도 냈고, 이전과 다른 절차와 관행에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감사를 통해 공직사회를 투명하게 하고 시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은 점점 깊어져 간다.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식의 출발점이 될 명증한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했다. 오랜 생각 끝에 그는 의심하면 할수록 점점 분명해지는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의심하고 있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마침내 그는 외쳤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성의 위대함을 일깨운 이 선언은 바야흐로 근대의 출발점이 됐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대체로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공공감사를 통해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게 한다는 믿음은 한없이 명료하다. 그래서 나는 외친다. “감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Audit, & I exist)”. 김기식·인천시 미추홀구 감사실장

윤용해 기자 youn@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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