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아베 죽음을 다룬 한국 언론보도 ‘유감(遺憾)’

2022.07.12 06:00:00 13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 간부가 쏜 산탄총을 맞아 사망했다. 최장기 총리를 역임했다는 그의 죽음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지도자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암살에 의한 것이든, 자연사이든 죽음에 사람이 조의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베의 죽음은 한국인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를 보는 우리 마음이 착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국가로 만들려 했고 한반도에 대한 일제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아키히토 일왕을 비롯한 일본 지도자들의 공식 발언을 부인하면서 일본의 침략이 국제법상으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던 그였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강변했을 뿐 아니라 일본이 종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던 사실 역시 지어낸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자아냈다. 또 이 같은 ‘거짓된 진실’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관련해서는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한 언급도 없이 마치 안 의사를 이토 히로부미의 단순 살해범 정도로 폄하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는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제한한 보복 조처를 합리화하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 “약속을 안 지키는 어리석은 국가”, “한국 위안부들에게 사죄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등의 모욕적 망언도 늘어놓았다.

 

그는 일본 ‘정치족벌의 황태자’로 정계에 등장해 양탄자를 밟고 성장했다. 한국의 군사독재자인 박정희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출세의 가도를 달렸는데, 정작 기시는 일본 최대 전범 도조 히데키 총리 아래서 군수성 차관을 지낸 같은 전범이었다. 패전 후 재판에서 간신히 살아난 기시는 미-일 안보조약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주도하였고 전범과 재벌의 정치 조직인 자민당 결성과정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했던 거물이다. 아베 아버지 또한 자민당 실력자로 오랜 기간 정계 거물로 지냈던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아닌가?

 

아베의 정치적 신념은 임진왜란을 일으킨 정한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를 평소 존경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아베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 세력은 한국의 극우 친일세력과 지금껏 맥이 이어져 있다. 그런 그이니 욱일기를 보물처럼 다루고 전범들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버젓이 참배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그는 재임 시절 장기 집권을 위해 경제체질을 약화시킨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나친 통화 증발을 통해 증시를 부양한 것은 마치 경제가 살아난 듯한 착시효과를 주었을 뿐 경제에 파국적 결과를 가져왔다.

 

부음기사는 타계한 인물의 功만 아니라 過도 균형 있게 기록해야 한다. 아베의 죽음이 남긴 빛과 그림자에서 아픈 민족사의 교훈을 찾아 보도해야 할 한국의 언론이 공을 앞세운 애도 중심의 감상적 보도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한마디 남긴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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