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언제?…쪼그라드는 실질소득에 지구촌 가계 '허덕'

2022.07.30 08:47:53

꺾일 줄 모르는 국내 소비자물가…"월급은 제자리인데"
선진국·개도국 가계 모두 '신음'…빈곤층에 더 큰 고통

 

"정말 월급 빼고 다 올랐어요. 마트에 가면 예전에는 할인 품목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고 가격도 올라 장보기가 겁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44)씨는 "주변 사람들도 물가가 워낙 오르다 보니 실제 월급은 오히려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불만을 토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바나 로아(29)는 이달 초 소득 급감에 항의하고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로아는 몇 년 전 에너지기업 일자리를 잃고 수학 과외로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에 수업에 필요한 계산기를 사는 것조차 빠듯한 실정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아르헨티나 물가는 지난 1년간 60% 넘게 폭등했으며 연말에는 세자릿수까지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악화로 인한 신음이 커지고 있다.

 

언제 꺾일지 모르는 물가 상승세에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이는 소비 위축,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월급 빼고 다 올랐다"…치솟는 물가에 소비 위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오른 국제 원자재 가격에 더해 잇단 장마와 폭염이 우리나라 물가를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거의 24년 만에 가장 높은 6.0%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9일 "7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에 이어 6%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돌발 변수가 없으면 늦어도 물가가 10월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크다.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계가 전망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은 4.7%다. 6월 조사 때보다 0.8%포인트 오르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물가와 금리가 함께 뛰면서 소비 위축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9% 줄었다. 3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로, 이는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처음이다.

 

고물가에 민간은 물론 공공 부문에서도 임금을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임금 7.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 선진국·개도국 모두 실질소득 감소…물가 전망 악화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마찬가지다.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6월 실질 시급은 전달보다 1.0%, 작년 동월보다 3.6% 줄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작년 3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앞질렀다고 전했다.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 임금은 감소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는 9.1% 뛰어 약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민간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조사한 7월 소비자 신뢰지수(1985년 100 기준)는 95.7로 전달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석 달 연속 하락으로, 작년 2월 이후 최저치다. 그만큼 경기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다.

 

린 프랭코 콘퍼런스보드 경제지표 담당 이사는 "물가 상승, 특히 휘발유와 식품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들을 계속 짓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같은 상황이다.

 

영국 통계청 조사 결과, 올해 3~5월 임금(보너스 제외) 상승률은 4.3%이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임금은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자가 주거비를 포함한 소비자물가는 평균 7.3%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파른 식량 가격 상승은 개발도상국, 특히 빈곤층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에르한 아르툭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이 지난 3월 밀과 옥수수 가격 상승이 53개 개도국 가계의 실질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 가계의 실질소득이 평균 1.57% 줄었고, 하위 40% 가계에선 1.81% 감소해 가난한 사람이 식량 위기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질소득을 깎아 먹는 인플레이션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6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선진국 6.6%, 신흥국 9.5%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9%포인트, 0.8%포인트 높여 잡았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선진국 3.3%로 0.8%포인트, 신흥국 7.4%로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현재와 미래 거시경제 안정에 분명한 위험 요인"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통화 긴축 정책, 취약계층 선별 지원, 식량 수출 금지 같은 무역 장벽 철폐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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