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I2U2

2022.08.11 06:00:00 13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도쿄에서 쿼드 정상회의에 참가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출범을 주관하였다. 6월엔 유럽으로 가서 G7과 NATO 회의에 참석하였고, 7월에는 이스라엘에서 I2U2 정상회의의 출범을 주관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른바 알파벳 수프 외교라는 별칭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I2U2이다. I2U2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I2U2는 인도Indo와 이스라엘Israel의 I와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와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의 U를 합성하여 만든 두문자어다. 이들 4개국(쿼드)의 상호 경제적 협력을 선언한 소다자협의체이다.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아브라함 협정이 토대가 되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으로 구성된 쿼드와 다른 새로운 쿼드이다.

쿼드 4개국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서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념적 비전을 중심으로 결집하였다. 그러나 I2U2 4개국은 종교(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 그리스도교)와 정치체제(민주주의와 입헌군주국)가 달라서 공통된 정체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I2U2의 비전은 상호 경제협력 관계의 구축이라는 실용적 차원에 머문다. I2U2는 새로운 쿼드이지만 오히려 쿼드의 하위 실천계획 중 하나인 IPEF와 유사하다.

I2U2에 참여하는 각국의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미국은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해양 전역에서 지경학 전략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였다. 외교 정책 측면에서는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경직된 이념 틀에서 벗어나 실용 외교로의 전환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인도는 외견상 최대의 수혜자다. 아랍에미리트가 제공하는 20억 달러에 이스라엘과 미국의 기술을 더한 농업투자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유치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란과의 기존 우호 관계는 유지하였다. 아랍에미리트는 인도 농업투자를 통하여 식량 위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침해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대미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아브라함 협정의 지속성을 보강하고 인도와의 무역 증대, 특히 군사 무기 수출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I2U2에서 기존의 지경·지정학적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모델을 본다. 천년을 훌쩍 넘는 긴 시간을 적대한 것이 그렇게 높은 장벽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머잖은 미래에 한반도에도 진정한 ‘단군 협정’이 탄생할 수 있을까?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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