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세론'으로 확연히 기울어져 가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추격 주자들의 단일화 논의가 의미 있는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위를 달리는 박용진 후보가 11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묶이는 3위 강훈식 후보를 향해 다시금 단일화를 촉구하며 불씨 살리기에 나서면서다.
다만 강 후보가 이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까지 불리는 선두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워낙 큰 터라 실효성이 없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방식이든 강훈식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박 후보가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사실상 이번 주말을 지나고 나면 전당대회 순회 경선이 반환점을 도는 만큼, 더 늦어지면 반전의 계기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경선 첫 주에 합산 74.15%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재명 후보가 오는 12일부터 진행되는 1차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우세를 이어간다면 대세론을 뒤집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여론조사 결과는 14일 발표된다.
아울러 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하며 단일화를 통해 '경선 후반전'의 역전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강 후보는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강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훈식이라는 사람이 민주당의 비전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비행기를 띄워야 하는데, 그 활주로에 단일화라는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며 "지금 시점의 단일화 논의가 명분, 파괴력, 감동 어떤 게 있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박 후보의 촉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후보는 "냉정하게 말하면 저와 박 후보가 지난 주말 얻은 득표는 권리당원 전체의 1%가 안 된다"며 "아직 60% 넘는 권리당원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투표율 자체를 높여서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 측 관계자도 "우리는 단일화에 대해 제안할 방식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75%대 20%대 5%의 구도를 70%대 30%의 구도로 바꾸는 것보다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설령 두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 후보의 대세론이 벽이 너무 커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미 단일화하기에는 타이밍이 늦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의원 투표(30%)와 일반 당원 여론조사(5%), 일반 국민 여론조사(25%) 등이 남아 있는 데다 투표할 수 있는 전체 권리당원이 117만9천여명에 달하는 만큼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호남 및 수도권 권리당원의 수가 압도적인 만큼 3주차부터가 본격적인 경쟁이라는 것이다. 지난 주말 경선에 참여한 권리당원은 4만4천여명이었다.
검경이 이달 중 수사 완료를 목표로 이 후보 주변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어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되는 것도 변수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박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및 이와 연관된 '기소 시 당직 정지' 당헌 개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쟁점화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단일화 시점에 대한 질문에 "자꾸 문 닫으려고 하지 말라"며 "(3주차 경선지인) 전주 등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 역시 "비전과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서도 "그런 게 만날 때 이야기할 수 있다"며 추후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