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청에 설치된 컵 반납기가 너무 불편해서 이제 커피는 다른 곳에서 마셔요.”
18일 인천 남동구에 따르면 최근 구청과 평생학습관 1층에 입점한 카페에 ‘다회용컵 반납기’가 설치됐다.
반납기가 설치된 이후 구청 내 카페에서 음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컵 보증금 1000원을 함께 결제해야 한다. 음료를 다 마신 후에는 빈 컵을 반납기에 넣어 현금 1000원을 돌려받는다.
현재 다회용컵 반납기가 설치된 곳은 인천시청과 인천시교육청, 남동구청, 민간 카페 등 20여 곳이다.
SK그룹의 자회사 행복커넥트가 인천시로부터 1억 4000만 원을 지원받아 올 하반기까지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당초 시는 올해 상반기 자발적으로 반납해야 하는 다회용컵 ‘인천e음컵’을 인근 카페에 무료 공급해 시범 운용했다. 하지만 인천e음컵 회수율이 70%에 불과해 하반기부터 보증금 체제의 반납기를 도입했다.
문제는 현재 설치된 반납기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접촉 화면이 있는 반납기를 능숙하게 다뤄도 빈 다회용컵 1개를 넣고 현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 기계를 처음 접하거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은 노인들은 1분을 넘기기도 한다.
반납해야 할 다회용컵이 여러 개일 때는 더 곤욕이다. 다회용컵의 위·변조를 확인하기 위해 반납기가 컵을 스캔하는데, 한번에 1개 이상은 반납기에 넣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점심시간 구청과 시청 내 반납기 앞에는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남동구에 사는 A씨(31)는 “자원순환과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컵을 줄이기 위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반납기는 1대뿐인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커피가 나오는 시간보다 컵을 반납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지적했다.
카드결제 금액이 현금으로 반환되는 점도 문제다. 음료를 살 때 다회용컵 보증금도 함께 카드로 결제했지만, 반환은 현금으로 이뤄진다.
다회용컵이 비과세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카페 입장에서는 카드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또 다회용컵만 카드결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일명 ‘카드깡’으로 악용될 수 있다.
특히 법인카드로 다회용컵 보증금을 포함해 음료를 샀을 땐 현금으로 나온 보증금을 다시 카페에 주고 기존 결제 취소 후 재결제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천 원짜리 지폐가 늘어나는 주머니는 덤이다.
이에 반납기 운영업체 행복커넥트 관계자는 “다회용컵 반환금이 실시간으로 파악돼 부정사용이나 이상거래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반환 속도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QR코드 등 기능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카드 사용 후 보증금 현금 반환은 법·제도적 문제로 아직 해결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역시 같은 맥락인 만큼 환경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에 지속 건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도 “반납기 속도와 보증금 현금 반환 등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자원 선순환을 위한 과도기인 만큼 지속적으로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터치스크린(touch screen) → 접촉 화면
(원문) 터치스크린이 있는 반납기를 능숙하게 다뤄도 빈 다회용컵 1개를 넣고 현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 (고쳐 쓴 문장) 접촉 화면이 있는 반납기를 능숙하게 다뤄도 빈 다회용컵 1개를 넣고 현금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5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