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호세 무히카

2022.09.05 06:00:00 13면

 

남미 우루과이의 전직(2010~2014) 대통령이다. 1935년 몬테비데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를 일곱살때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가축을 키우고, 꽃을 팔아 먹고 살았다. 고교 졸업장도 없다.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쌀을 벌면서 식물학, 원예, 문학, 역사책을 두루 탐독하였다. 훗날 이 분야의 전문가들도 놀라는 큰 지성을 독학으로 이루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호세 무히카-조용한 혁명가'. 이 책들은 보통 사람들이 믿기 어려울만큼 검소하게 사는 한 대통령에 관한 감동의 기록이다. 현실정치의 바이블이다.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이 필독해야 한다. 실은 이로써 정치학 교과서는 폐기하고 다시 쓰여져야 마땅하다. 정치학자들과 정치인들은 그의 제자가 되어 '구세(救世)로서 정치(政治)'를 역설해야 한다.

 

무히카는 20대 때 군사독재와 싸우는 도시 게릴라의 리더였다. 장장 14년을 옥살이 했다. 그와 동지들이 겪은 수감생활은 세상에서 가장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이 땅에서 이뤄졌던 수많은 '지옥'의 사례들을 떠올리며 두 시간 내내 몰입하게 되는 탁월한 정치영화 '12년의 밤'이 바로 이 특별한 사상가 정치인을 다룬 걸작이다. 넷플릭스에 있다.

 

무히카는 지옥의 폭력과 고문에다 망상장애까지 심해져서 자포자기로 가고 있었다. 그 때 면회온 어머니가 아들을 죽비로 내리쳤다. "저항하라. 저항해야만 저놈들이 너를 죽이지 못한다." 그날 바로 저항했고 대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잘난 아들들은 이 대목에서 등급이 정해진다. "감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이 아니라, 의외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소다." 무학의 게릴라 전사가 그 지옥에서 훗날 세상을 놀라게 한 최선의 품격을 이뤘다. 그가 펼친 정치는 당연히 구미 선진국들의 오만한 리더들을 겸손한 학생이 되게 했다.

 

무히카, 체 게바라, 프란시스코 교황은 삼총사로 사상적 동지다. 객관적 평가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 유엔연설 때도 노-타이였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극빈층 주거열악자들의 집짓기 운동조합에 기부하고 함께 지었다. 옷과 양말은 꿰매어 입는다. 누구를 만나도, 어디를 가도 눈썹 진한 소탈한 농부의 모습이다. 대통령궁은 노숙자들에게 제공하고 부인과 살던 허름한 농가주택에서 30년 된 자동차로 출퇴근했다.

 

영국 '가디언'의 기자는 대통령이 얼룩진 운동복에 구멍난 운동화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모습을 특별하게 기사화했다. 그런 그가 마리화나 생산 유통을 합법화하여 미국 등 세계가 벤치마킹 중이다. 카톨릭 국가에서는 불가능한 동성혼과 여성 혼자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입법했다. 혁명이다.

 

호세 무히카 왈, "욕망을 물리칠 줄 아는 것, 싸고 흔한 식자재로 맛난 음식을 만드는 것, 마케팅 사회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교양이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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