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72주년…월미도 실향민 끝나지 않는 아픔

2022.09.14 17:27:44 인천 1면

美 해병대 월미도 무력화 작전에 민간인 100여명 희생
인천시, 2020년부터 월미도 원주민 27명에 매달 25만 원 생활지원금 지급...2021년 위령비 세워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 “군부대에 쫓겨난 뒤 돌아갈 고향 땅 아직도 오리무중”

72년 전 1950년 9월 15일 오전 6시 30분. 북한군의 남침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위기를 넘긴 유엔군은 적을 포위 격멸할 목표로 인천상륙작전을 진행했다.

 

상륙작전 당일 오전 8시. 미 해병대가 월미도(녹색해안)를 탈환했고 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15분쯤 소월미도까지 점령을 마쳤다.

 

같은날 오후에는 현재 인천역 인근 북성포구(적색해안)와 용현동(청색해안)에 상륙해 인천을 탈환했다. 인천상륙작전의 대반격으로 6·25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이면에는 깊은 상흔이 남아있다.

 

작전이 감행되기 전인 9월 10일 미 해병대는 월미도 내 북한 포병부대의 나무엄폐물을 불태우기 위해 네이팜 공격을 실시했다. 월미도 동쪽 지역에 폭격과 기총소사 등을 포함 세 차례의 공습을 단행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 이뤄진 미 해병대의 월미도 무력화 작전으로 100여 명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월미도 동쪽 민간인 밀집 주거지 100여 가구도 쑥대밭이 됐다.

 

월미도 원주민들은 당시 폭격기의 네이팜탄과 기관총 공격을 피하기 위해 월미도 북쪽 해변 및 제방 쪽으로 도망쳤다. 갯벌에서 진흙을 서로 몸에 발라주며 몸을 낮게 숨겼고, 물이 차오르자 해변의 나무 밑에서 숨을 죽인 채 밤이 되길 기다렸다.

 

당시 15살이었던 임 모씨는 지난 2007년 위원회의 조사에서 “내 친구의 3남매는 밤 늦게까지 철책을 치거나 방공호를 파는 등 부역을 하며 쌀을 구해와 살다가 폭격 당일 아침 폭격(네이팜)으로 사방에 불이 붙자 서로 껴안고 타 죽었다”며 “폭격 이후 할머니를 구하러 들어간 아버지로부터 이들의 사망 사실 등을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인천시는 지난 2019년 과거사 피해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조례를 마련해 이듬해 5월부터 매달 25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을 신청한 유가족 및 원주민 가족 37명 중 인천에 거주하는 24명이 대상이다. 또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월미공원에 위령비를 세웠다.

 

하지만 폭격으로 집을 잃은 월미도 원주민들은 70년이 넘었지만 돌아갈 곳이 없다.

 

이들이 군부대에 집터를 빼앗긴 채 쫓겨난 후 주민들의 고향은 국방부 땅으로 이전됐다. 국방부는 지난 2001년 이 땅을 인천시에 팔았고, 현재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월미공원이 들어섰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영감(남편)의 고향이 월미도다. 미군이 철수하면 다시 집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없던 얘기가 됐다”며 “1998년부터 위원회를 꾸려 원주민들의 고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국방부와 인천시 모두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이번에 열리는 제72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가 처음으로 초청됐다”며 “원주민들의 아픈 과거사가 인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아줘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조경욱 기자 imjay@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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