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한반도 비핵화의 길

2022.10.24 06:00:00 13면

 

 

근래 북한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허둥지둥 대처하는 정부 당국의 태도는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대놓고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서민들의 일상의 대화에서 잠재적인 전쟁 공포심을 엿볼 수가 있다.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명의(名醫)는 정확한 병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가지고 처방을 한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 대한 바른 판단을 해야 옳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먼저 북한을 보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북의 핵보유 목적이 남한 적화통일이나 경제적 지원 확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이 공갈 협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체제 정권의 안전담보라는 사실은 북한의 일관된 주장과 핵개발을 시작한 후 이제까지의 행태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주민 15만 명 앞에서 핵을 떠난 평화를 연설할 기회를 주는 행위, 북미수교를 간절히 소망하는 행동, 식량 등 인도적지원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고 거절하는 행태는 바로 그 증표다.

 

둘째로, 미국의 행태를 보자. 말로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북에게 제안한다. 그러나 문제는 북이 미국의 제안을 절대 신뢰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핵 포기가 전제된 대화라는 사실을 북한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굴복을 죽음으로 생각한다. 사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북이 굴복하면 NPT체제의 유지, 패권국으로서의 위상에 도움이 되어서 좋고, 그렇지 않고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통해 일본과 한국을 자신들의 영향권 하에 확실하게 잡아 둘 수 있어 미중갈등상황 관리에도 이롭고, 한국과 일본의 무기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어 자국의 군산복합체 이익에 도움이 되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핵보유, 전술핵 도입, 나토식 핵 공유 모두 현실성 없는 주장을 하거나 미국의 핵 확장억제 정책에 목숨을 거는듯하다. 그러다보니 일본을 독도 인근 연합훈련에 참여시키는데도 반대 의견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정책, 우리의 용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한의 안보불안을 해소해 주기 위해 먼저 남북간의 교류를 재개하고 확대발전하는 길이 거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된다. 그 길로 가기 위해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미국 의존적 정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한미연합훈련의 잠정적 중단이 ‘남북기본합의서’를 탄생시켰다는 1992년의 경험을 되살리고, 2018년의 평양공동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약속하면서, 싱가포르 북미공동선언이 이행되도록 미국을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북한도 흔쾌히 받아 드릴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초점을 두지 말고 도발의 원인을 제공한 우리와 미국의 행동을 돌아보아야 한다. 제재만으로는 이 난국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대화만이 살 길이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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