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대한민국, 대륙국가를 포기하나?

2022.11.21 06:00:00 13면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아시아 대륙의 끝에 달린 반도지역이라 예부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외침을 숱하게 받은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대륙과 해양의 문화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위치다. 역사적으로도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국가들의 진출 무대이자 각축장이었고 또 두 세력의 완충 역할과 중재 화합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한반도는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 위치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지켜왔다.

 

  그러나 한반도의 분단은 남쪽의 영토를 섬 아닌 섬나라로 만들어 놓아 버렸다. 우리가 중국대륙이나 러시아대륙을 가려면 일본과 똑같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세가 분단의 결과였다. 남북은 80여 년 가까운 세월을 대립과 반목으로 보내다 보니 때로는 우리가 대륙국가이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쪽의 자원, 인력이 남쪽의 자본, 기술력과 결합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우리의 철도가 연결되는 꿈을 꾸고 있다. 이 구상은 당대의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세대의 희망과 의지 그리고 대륙진출의 열정을 몇 배로 올려줄 것이기에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대륙국가의 꿈이다.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그토록 원했던 한미, 한일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을 이루었다. 대통령실은 외교적 성과를 자찬하기 바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매우 위험한 정상회담이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독자성을 주장하며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 앞장서는 한국은 완벽하게 미국과 일본의 안보적 하위체계로 편입되는 모습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해상 진출을 봉쇄하기 위하여 인도양과 태평양에 벨트를 형성해 해양국가들 간의 군사안보동맹을 강화한다는 인태전략은 원래 일본의 아베 전 수상의 구상이었다. 오바마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며 거절했지만, 트럼프는 대중국 견제로 이것보다 좋은 카드가 없다며 수용했고, 바이든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인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 대부분은 수용하기를 꺼리는 정책임에도 우리가 신나서 총대를 멘 형세는 앞으로 해양국가들의 척후병 내지는 돌격대를 자원하는 셈이다. 대륙국가의 해양진출을 군사적으로 억제하는 데 앞장서면 그들로부터 역으로 우리의 대륙진출이 봉쇄된다는 것을 지명하다. 대륙을 향하고자 하는 우리 청년 세대의 꿈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미국을 통한 포탄 10만 발이 전달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를 앞에 놓고 국제법 위반이라고 호통치는 윤 대통령.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경제파트너이자 공동 이슈가 많은 중국.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서 군사적 위험까지를 자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직 대륙국가의 꿈을 버릴 수 없는데 이제 대한민국은 해양국가임을 선언하는 것인가.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의 악수를 위해 해맑게 웃으며 다가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이 내용과 후과(後果)를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다. 순간 황당하다는 듯한 시진핑의 멋쩍은 표정이 오래 각인된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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