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걸출한 두 남미 축구 스타의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마르(30)가 이끈 '우승 후보' 브라질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2-4로 패해 탈락했다.
반면 리오넬 메시(35·이상 파리 생제르맹)의 아르헨티나는 직후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네덜란드를 승부차기에서 4-3으로 격파하며 우승을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마지막 대회에 나선 메시는 염원하던 우승에 4강과 결승전까지 2경기만을 남겨뒀다.
이날 메시는 1골 1도움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아르헨티나의 4강 진출에 앞장섰다.
그는 전반 35분 절묘한 패스 한방으로 두꺼운 네덜란드 수비를 허물며 나우엘 몰리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28분에는 마르코스 아쿠냐(세비야)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마무리하며 골 맛도 봤다.
메시도 이날 마냥 웃었던 건 아니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후반 38분부터 두 골을 집어넣은 네덜란드가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면서 메시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5번째 키커로 나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 밀란)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4강 진출이 확정되자 함박웃음을 짓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발롱도르 수상, 남미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등 축구 선수로서 월드컵 우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예를 누린 메시가 이번 대회에서 화룡점정을 이룰지 기대가 더욱 커지게 됐다.
마지막 대회라고 밝혔던 카타르 월드컵에서 각종 기록도 착실히 경신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축구 기록 전문 업체 옵타에 따르면 첫 번째 도움으로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에서 5개 어시스트를 배달한 메시는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4회)를 넘어 집계가 시작된 1966년 이후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페널티킥 골로는 월드컵 통산 10골을 기록, 아르헨티나 역대 1위인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월드컵 출전의 새 역사도 눈앞에 뒀다.
이 경기로 본선 24경기째 출전한 메시는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4경기)와 역대 월드컵 최다 출전 공동 2위가 됐다.
1위는 독일 축구 전설인 로타어 마테우스(25경기)로, 4강에 오른 이상 결승이나 3·4위전이 예정된 터라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네이마르도 크로아티아전에서 각종 기록을 세웠지만, 눈물과 좌절 속에 대회를 마쳤다.
그는 연장 전반 16분에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 득점은 네이마르의 A매치 통산 77번째 골로, 펠레가 보유한 브라질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나눠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펠레는 1957년부터 1971년 사이에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77골을 쌓았고, 네이마르는 2010년에 A매치 1호 골을 넣은 이후 12년 만에 펠레의 기록을 따라잡았다.
그러나 연장 후반 12분 브루노 페트코비치(디나모 자그레브)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승부차기 끝에 우승 도전이 무산됐다.
탈락이 확정되자 브라질 선수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네이마르도 경기장 바닥에 얼굴을 묻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회 브라질은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정상 탈환 가능성이 크다는 평을 들었지만 이날 패배로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다.
펠레는 1958년과 1962년, 1970년 등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세 차례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네이마르는 세 번째 월드컵에서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했던 투병 중인 펠레의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게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좌절감에 휩싸인 네이마르는 경기 후 "국가대표팀에 대한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돌아올 것이라고 100% 보장하기도 어렵다"며 "나와 대표팀에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기분이다. 지난 월드컵에 탈락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다"며 "이 순간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낙담했다.
공교롭게도 네이마르를 좌절케 한 크로아티아의 4강전 상대가 메시의 아르헨티나다. 크로아티아와 아르헨티나의 맞대결은 14일 오전 4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