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4대 입법'에 대한 대응을 놓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간 잠복해 있던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간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이다.
파행중인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4대 입법 처리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4대입법'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당내 보-혁세력간의 좁히기 힘든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지난 달 2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대 입법을 `국론분열법'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듯한 모든 정책과 법안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4대 입법'의 철회를 요구했다.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이에 적극 가세했다. 11일째 계속되는 국회 파행 해소의한 방안으로 `4대입법 철회'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새정치 수요모임'을 주축으로 한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은 "대안을 내놓고 여당과 개혁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대안론'을 주장한다.
진수희 의원은 "4대 입법철회를 요구하며 심의자체를 거부하면 여당의 개혁공세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대안을 내놓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게 `수요모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과 상의없이 남북관계기본법안을 제출, 논란이 됐던 정문헌 의원도 "대안.방향을 제시않고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4대 입법' 내용에 대해선 말 그대로 백가쟁명이어서 당론이 결정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보안법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수요모임의 경우 `정부 참칭조항'을 삭제하자는 입장인 반면, 영남출신 보수성향 의원들이 중심인 `자유포럼'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심지어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은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을 겨냥, "121석이나 100석이나 소수당이긴 마찬가지"라면서 "당내 다수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몇몇은 당을 떠나야 한다"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수요모임'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경필 수석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당내 노선투쟁을 벌여야 한다"며 실제 정책을 통해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다른 당내 모임인 `국가발전연구회'와 `국민생각'은 전체적인 색깔면에서 각각 수요모임과 `자유포럼'에 가까운 듯 하지만 의원 개개인 성향에 따라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과거사규명법,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법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4대 입법에 대한 당론 시안을 마련중인 태스크포스도 법안마다 복수의 안을 준비중이며 각 모임 또는 개인 차원의 대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안광호기자
ahn@kgnews.co.kr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