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희망”이라는 단어

2022.12.27 06:00:00 13면

 

 

1964년,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절해의 고도 로벤섬 감옥에 투옥되었다. 감옥은 다리 뻗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았으며, 변기로 사용되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만이 감방 구석에 있었을 뿐이었다. 면회와 편지는 6개월에 한 번 허락되었고 교도관들은 그의 전향을 강요하기 위해 견딜 수 없는 모욕과 강제노역 그리고 고문을 가하는 등 폭력은 일상적으로 가해졌다. 사회에서 변호사로서 받았던 인간의 품격은 상실된 지 오래되었다.

 

그가 감옥에 갇히자 가족들은 살던 집을 빼앗기고 흑인들이 모여 사는 변두리 지역으로 쫓겨났다. 수감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장례식 참석은 허락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큰딸이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면회를 와서 아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그때 그가 손자에게 지어준 이름이 ‘아즈위(Azwie)’였다. ‘희망’이라는 글자였다.

 

로벤섬에서의 27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어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희망없이 살아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며 공포에 떨던 백인들에게도 오히려 흑인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의 이름을 ‘마디바 만델라(Madiba Mandela)’라고 불렀다. 존경하는 어른 만델라라는 의미이다.

 

그리스 신화에 최초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판도라는 지혜와 미모를 가진 남부럽지 않은 존재였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그녀에게 절대로 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상자 하나를 주었다.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한 판도라는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 순간 상자 안에 있었던 온갖 욕심,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쏟아져 나와 세상에 퍼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급히 상자를 닫았으나 이미 전부 빠져나온 뒤였다. 평화롭던 세상은 금세 험악해지고 갈등투성이로 변했다. 그러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세상의 온갖 악에 괴롭힘을 당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만은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2022년도 마무리되어 간다. 어느 해치고 힘들지 않은 해가 없었다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이 많이 들었다. 희망적이기보다는 실망스러운 한 해였다. 연일 오르는 물가와 연료비 인상, 수출 부진 등 경제난 소식에 연말의 강추위 압박이 더욱더 거세다. 가장 힘든 일은 아무래도 정치의 부재로 인한 결과였다.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화합시켜 통합을 이루는 것이 정치이건만 모두의 고개를 가로젓게 했다.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할 이유는 2023년이 오기 때문이다. 신년은 나아질 것이라는, 국가 사회도, 내 생활도 좋게 나아질 것이고 무엇보다도 정치가 복원되어 역할을 다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말이다. 만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위대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아즈위’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시기 바랍니다.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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