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고성(孤聲)] 시대착오. 냉전으로 이끄는 대통령

2023.05.03 06:00:00 13면

 

미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이 끝났다. 한반도와 미래세대에 관한 생각이 없는 언론들은 찬양으로 넘쳐났지만 남은 것은 굴욕감뿐이다. 일본에 100년 전 일로 무릎 꿇게 하지 말자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외치던 핵공유는커녕 NCG(핵협의그룹)라는 감시기구만 만들어 왔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핵개발이나 핵관련 모든 사안은 NCG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남북교류에 사사건건이 발목을 잡았던 그 워킹그룹이 윤석열 정부의 NCG가 될 모양이다.

 

외교에 있어서 최우선적 고려사항은 국익이다. 어떤 나라도 대외적으로는 그것이 원칙이다. 국익이라는 명제 앞에 이념도 가치도 후순위일 뿐이다. 정의와 불의의 전쟁으로 인식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제재에 동의하지 않거나 소극적 개입에 그치는 인도, 튀르크에, 사우디, 브라질 등이 그 증거이다. 그중에서 중국의 대두를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 경제에서 위안화의 결재율이 달러를 능가했고, 적대국가였던 사우디와 이란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것도 중국이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이후 동맹은 속국이 아니라며 미국 위주의 국제질서를 공격하였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이제 달러의 시대를 끝내자고까지 하고 있다. 모두 이념이나 가치동맹이 아닌 국익이라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우리는 이번 방미 결과 과연 국익을 얼마나 챙겼는가. 북핵 확산억제라는 큰 틀의 선물을 받았다고? 그럼 이전에는 북핵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우리를 포기했을까? 이미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액이 133조 원에 이르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투자액은 화려하게 치장된 넷플릭스를 포함해 8조 원이었다. 대통령의 미 의회 영어연설에 미 의원들의 엄청난 환호가 쏟아진 이유를 진정 몰라서인가? 그런데 진짜 문제는 대한민국이 국익은 고사하고 시대착오적인 20세기의 냉전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전 세계는 냉전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였다. 한반도 역시 냉전을 벗어나고자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를 시작으로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구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교역을 넓히며 그것을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삼아 왔다. 이들과의 교역 확대는 그대로 북한에 압박이 되었고 남북교류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러시아의 친북노선에서의 이탈은 북방정책의 쾌거였으며 이들 나라에서 얻는 경제적 수익은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인터뷰 한 번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졸지에 적대적 국가로 만드는 신공을 발휘한 윤 대통령은 연일 압도적 힘의 우위로 북핵을 누를 수 있다고 외친다. 도청 건도 일본과의 굴욕외교도 긴급한 안보 우려 때문이란다. 한미일 군사훈련 강화는 그대로 북중러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져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야기할 것은 당연지사이다. 진정 핵무기로 상호견제하여 균형을 이룬다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power)의 냉전을 원하는가? 탈냉전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냉전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행태를 어쩌란 말이냐.

임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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