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택진 회계사의 세금 이야기]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을까?

2023.06.16 06:00:00 13면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알게 혹은 모르게 정부가 부과하는 여러가지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월급에서 떼는 근로소득세, 외식비과 쇼핑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비 생활에 포함되는 부가가치세, 집 살 때 취득세, 팔 때 양도소득세, 술 마실 때 주세, 담배 필 때 담배소비세 등등. 이렇게 정부는 국가 구성원들의 경제 행위를 샅샅이(?) 살피고 세금을 부과해서 국가 재정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전체적인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가끔 언론 지상을 통해 올해 정부 예산규모가 얼마라는 정도의 막연한 이야기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오늘은 우리가 내는 세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구성이 되는지 국세 통계를 통해 알아보자.

 

지난 3월말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세수가 384조여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총 국세에서 국세청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7.0%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감소했다(나머지 3%는 관세라고 보면 된다). 2020년 국세청 세수액 277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2년 새 무려 106조9000억 원(약38.6%)이 증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소득 또는 자산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근래 들면서 빠른 속도로 커졌고 또 그 만큼 많은 세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세목별로 살펴보면 소득세가 128조7000억 원, 법인세 103조6000억 원, 부가가치세 81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70조4000억 원이 걷혔던 법인세는 1년만에 47.1% 급증하며 종전 2위였던 부가가치세와 자리 교환을 하였다.

 

한편 전국적으로 133개의 세무서가 있는데 그 중 남대문 세무서가 20조1000억 원의 세수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기업들의 본사가 밀집한 지역을 관할로 둔 남대문세무서는 법인세 증가의 영향에 힘입어 가장 많은 세수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었다. 1위 세수와 133위 세수를 비교하면 133위는 영덕 세무서인데 그 세수가 고작(?) 1195억 원이라고 하니 지역별로 엄청난 세수 차이를 알 수가 있고 이를 통해 서울과 지방 경제의 규모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지난해 결산 기준 근로소득세수는 57조4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50조 원을 돌파했다. 통계 추이로 보면 이는 2017년 실적(34조 원)과 비교해 23조4000억 원(68.8%) 증가한 것이라고 하는데, 같은 기간 전체 국세는 49.2% 증가하고 자영업자나 개인 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49.4% 늘었다. 종합소득세는 전체 국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소위 '유리지갑'라 불리는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세는 전체적인 국세 증가율보다도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수가 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용근로자가 늘고 임금 수준도 올라가면서 덩달아 근로소득세 납부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 임금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율이 5.1%에 달해 IMF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7.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점을 고려하면 연간 실질 임금은 전년보다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향후 획기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근로소득세 부담을 완화하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소득의 적정한 면세 구간을 재설계하고 각종 소득공제와 세액 공제 등을 합리적이고 실질 효과가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은 자동 현금 인출기 같이 보이는 ‘유리지갑’이지만, 그 ‘유리지갑’은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쉽게 깨져 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남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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