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의 본질은 점수가 아니라 학생의 삶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경기교육이 가야 할 길입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취임 이후 ‘교육의 본질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자율·균형·미래라는 기조 아래 경기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왔다.
경기신문은 창간 23주년을 맞아, 교실 안팎에서 공교육을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온 임 교육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입개혁, 교육 본질 회복 향한 첫걸음
그가 꼽은 가장 큰 변화는 대학입시 개혁이다. 지난 1월 도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대입 개혁안을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임 교육감은 “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왜곡하고 학생을 경쟁의 수단으로 만드는 현실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개혁안의 핵심은 공정성과 신뢰성”이라고 말했다.
개혁안은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수시·정시 통합, 고3 2학기 성적 반영, 영어 듣기평가 폐지 등도 담겼다. 특히 AI-교사-전문평가교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평가체계를 도입해 신뢰도를 높였다.
도교육청은 이 안이 2032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올해 말까지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교육의 본질 회복은 대입 개혁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 경기미래교육, 교실 넘어 배움을 확장하다
임 교육감이 올해 제시한 또 하나의 그림은 ‘경기미래교육청’이다. 교실을 넘어 학교와 지역, 온라인으로 학습 생태계를 확장하는 모델이다.
공유학교는 지역 대학과 산업체를 연계해 학생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온라인학교는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교육 모델을 열고 있다.
그는 “IB 교육 확산, 미래형 과학고 설립, 직업계고 재구조화까지 학생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며 미래교육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 교육감은 “경기미래교육청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배움을 스스로 선택하고, 교사는 교육전문가로 성장하며, 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교육의 미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 AI 평가 혁신, 교실의 풍경을 바꾸다
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은 교실의 풍경을 바꿔가고 있다. 교사가 설계한 평가 기준에 따라 AI가 1차 채점을 하고, 교사와 전문평가교원이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구조다. 채점 결과의 일치율은 95% 이상, 채점 시간은 대폭 단축돼 교사의 부담이 줄고 학생은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경기 교육 현장을 비롯한 교육계의 관심은 뜨겁지만, 임 교육감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에 단점 역시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AI 평가 엔진의 신규 모델 검증, 도표나 그래프 등 문항별 특성을 고려한 채점 정확도 상승, OCR 인식률 개선이 필요하다”며 “대학입시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제도적 연계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AI 평가 엔진 고도화, 신규 문항 검증, 채점 로직 개선 등 현장 요구를 반영해 시스템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교육감은 “AI 평가 혁신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교실 수업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시도”라며 “2026학년도에는 전 학년, 전 교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녹색 미래 교육, 경기에서 시작된다
기후위기 시대, 임 교육감은 ‘녹색 미래 시민성’을 강조했다. 생태 감수성, 비판적 사고, 실천 역량, 연대와 협력, 미래지향적 책임감을 학생들이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교육청은 ‘경기형 탄소중립 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양축으로 친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생태학교, Net-Zero 연구학교, 환경동아리 활동, 탄소중립 플랫폼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속가능발전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환경·사회·경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점은 전국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임 교육감은 "기후 위기 시대의 핵심 역량은 결국 배움을 통한 앎을 넘어 실천과 연대로 이어갈 수 있는 생태 시민성"이라며 “경기교육은 단순히 환경을 가르치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설계하는 시민을 길러내겠다”고 녹색 미래 교육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 “경기교육,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으로”
임 교육감은 남은 임기 과제로 AI 기반 하이러닝 고도화, 대입 제도 개편, 수행평가 개선 등 평가 혁신을 꼽았다. 동시에 공유학교와 온라인학교 고도화,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지원, 미래형 과학고 설립, 직업계고 재구조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계 관심이 큰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도민과 교육공동체가 판단할 몫”이라며, “지금은 경기교육의 변화를 완수해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창간 23주년을 맞은 경기신문의 슬로건은 ‘녹색미래’다. 임 교육감이 말하는 대입 개혁과 녹색 미래 교육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 공정한 배움과 지속 가능한 미래. 그는 “경기교육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 표준이 되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