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시험 자수자 '빗나간 우정'

2004.12.02 00:00:00

자수 학생들 "우정때문에 범행 저질렀다"

"잘못된 행동인줄 알았지만 우정때문에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대리 응시자>
"나를 도와주려다 처벌을 받게 된 친구에게 너무 미안할 뿐입니다"<응시 의뢰자>
지난 1일 밤 11시께 수원중부경찰서에 수능 대리시험 사실을 자수한 대리 응시자 김모(20.서울시 마포구)씨와 응시 의뢰자 김모(20.수원시 장안구)씨는 십년지기 우정때문에 이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대가성 없이 오직 친구를 위한 마음에서 저지른 대리시험이지만 법과 정의 앞에서는 엄연한 범죄임을 두 청년은 뒤늦게야 깨달았다.
고향 경북의 같은 동네에서 같은 초.중학교를 다니며 유년기와 사춘기를 함께한 두 김씨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서로를 둘도 없는 단짝으로 소개하는 '죽마고우' 사이다.
그러나 한 동네 한 학교에서 서로를 의지했던 이들은 이번 수능시험의 대리자인 김씨가 지난해 유명 4년제 S대에 입학한 반면 의뢰자 김씨는 대입에 실패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의뢰자 김씨는 대입 실패 후 재수, 지난 3월 2년제인 수원 D전문대에 들어갔으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데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1학기만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다.
의뢰자 김씨는 이후 대리자 김씨의 서울 자취방에 들어가 함께 지내며 대입 삼수 준비를 했고 자신보다 성적이 좋은 대리자 김씨로부터 학습지도를 받아가며 공부했다.
그러나 의뢰자 김씨는 자신의 실력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지난 9월 결국 대리자 김씨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대리자 김씨는 처음에는 친구의 쉽지 않은 부탁에 응할 수 없었으나 들키지 않고 대리시험만 볼 수 있다면 사랑하는 친구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장에 취직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대리시험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들의 '빗나간 의리'는 오래 갈 수 없었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두 사람은 지난 1일 밤 스스로 경찰서에 걸어 들어가 대리시험 사실을 자백했다.
대리자 김씨는 "친구에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대리시험을 보게 됐다"며 "대리시험을 부탁한 친구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본 것은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의뢰자 김씨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를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너무 괴롭다"고 울먹였다.
최갑천기자 cgapc@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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