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학대’ 4년 새 3배 이상 증가…강력한 예방체계 세워야

2023.09.19 06:00:00 13면

경기도가 ‘3630건’으로 가장 많고, 가해자는 부모가 81% 차지

최근 교권 강화 방안으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조항을 일부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와 상관없이 아동학대 범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걱정거리다. 아동학대는 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도 여전하다. 인권 선진국으로 발전해온 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강력한 예방체계를 갖춰야 한다. 제대로 된 ‘부모교육’의 확대 시행도 절실하다. 


경찰청이 국회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1만1970건으로 2018년(3696건) 대비 3.23배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6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2061건, 인천 869건, 대구 586건 순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학대 8090건, 정서학대 2046건, 방임 756건, 중복 656건, 성 학대 321건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를 보면 부모가 1만630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으며 타인(690명), 교원(645명), 보육교사(550명) 순으로 조사됐다.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성 학대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역시 신체학대가 전체의 67.6%로 가장 많고, 정서학대가 17.1%, 방임 6.3%, 성 학대 2.7% 등으로 분석된다.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중복하여 일어난 사건도 5.5%에 이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주로 부모들이 훈육의 목적을 핑계로 아이를 구타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아이를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고질적 인식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학대 범죄는 정서학대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이 범죄는 어린이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다. 아이의 독특한 취향이나 습관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예단하여 핍박하거나 망신을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무분별한 부부 싸움 등으로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정서학대의 한 유형이다. 


연구에 의하면 신체학대는 장기적으로 비행 청소년과 약물 중독자가 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정서학대는 정신 건강과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정신병과 약물 중독의 가능성을 높인다. 방임된 아이들은 언어와 지능 발달 방해로 사회적 소통 능력이 떨어지거나 지능을 감소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학대는 정상적인 남녀 관계 형성을 방해하고, 심각한 정신의학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아동학대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주로 부모라는 사실은 곧 실제로 학대가 있음에도 은폐되는 경우가 많을 개연성을 높인다. 사랑 속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일 은밀하게 학대를 당하고 있을 현실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세상에는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채로 부모가 되어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중요성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에서 체계적인 ‘부모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동학대의 증가 현상을 방치한 채로 우리가 ‘인권 선진국’을 운위할 수는 없다. 어린이날이라고 고작 1년에 한 번씩 요란을 떨면 뭐 하나. 뭔가 오명을 씻을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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