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을 오롯이 담은 전시…‘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2024.01.18 08:49:50 10면

60년 동안 그린 유화, 판화, 도자기 그림 등 250여 점 전시
동양적 사상과 조형의 형태 일치시키며 ‘한국적 모더니즘’ 구축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가족도 최초 공개
2월 12일까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가장 진지한 고백, 솔직한 자기의 고백이라는 진실을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 부단히 쌓아 나가고 있나 보다. 그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듯한 자신의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껏 그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내 자신의 고백을 가식 없는 손놀림으로 표현해 오고 있다”(장욱진, ‘강가의 아틀리에’ 서문 中)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 장욱진(1917~1990)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그림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일평생 그림에 모든 것을 녹여냈다.

 

이번 전시는 1920년대 학창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약 60여 년간 그린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250여점을 선보인다.

 

 

‘첫 번째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는 장욱진의 학창시절부터 중장년기까지의 작품이 전시된다. 1938년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서 사장상을 수상한 ‘공기놀이’와 같이 이 시기엔 흑백과 갈색의 토속적 색채를 주로 사용했고 명암을 대비시켰다.

 

30~40대 장년기엔 명도와 채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주목도를 높이고, 원, 네모, 선 등의 단순화된 구상을 바탕으로 동심이 깃든 그림을 그렸다. 40~50대 중년기엔 실존의 절대적인 형상으로서 뼈대나 윤곽만으로 대상을 조형화시키며 기호화된 형태를 띠었다. 그가 완성시킨 전형(典型)은 ‘한국적 모더니즘’을 구현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에선 장욱진이 화가로서 어떤 발상을 했고 어떠한 방법으로 구성했는지 살펴본다. 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인 까치와 나무, 해와 달을 소개한다.

 

7살 때 아버지를 여읜 장욱진은 마당에 날아온 까치를 그리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까치는 그의 분신같은 존재로, 나무는 온 세상을 품은 우주, 해와 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를 의미한다. ‘마을과 아이’에선 마을 사이에서 쉬고 있는 아이를 그림으로써 편안한 상태의 자아를 그리기도 했다.

 

 

‘세 번째 고백 진眞.진眞.묘妙’에선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를 그린 ‘진진묘(眞眞妙)’를 시작으로 그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 정신세계를 살펴본다. ‘진진묘(眞眞妙)’는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다. 장욱진은 아침마다 금강경을 읽는 아내의 모습에 감화돼 이 작품을 그리고 3달을 앓았다.

 

장욱진의 불교와의 인연은 1970년대부터 이어지는데, 이 시기엔 먹그림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단순화된 그림들은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하며 불교 사상의 ‘절제’와 ‘득도’의 결과물이 됐다. 창고에서 발견돼 일본에서 60년 만에 우리나라에 돌아온 가족도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네 번째 고백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에선 장욱진의 노년기를 살펴본다. 그가 남긴 유화 730여 점 가운데 80퍼센트에 달하는 580여 점이 이 시기에 그려졌는데, 동양의 정신과 형태를 일체화시킨 작품이 관찰된다.

 

하늘로 둥둥 떠나니며 공중 부양하는 사람들, 시공간을 초월한 화면 구성을 통해 ‘금강경’의 핵심 사상인 ‘무상(無相)’을 드러내며 한국적 모더니즘을 완성시킨다. 고향의 국도 풍경을 그린 ‘가로수’는 가족과 나무 위의 집, 송아지, 해를 그려 따뜻한 모습을 전달한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장욱진의 그림들과 그의 고백들은 2월 12일까지 서울시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화, 목, 금,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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