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 문화예술단체의 기념식에 초대받아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국기(國旗)에 대한 경례로 시작된 이 날의 국민의례는 약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애국가(愛國歌) 제창과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에 대한 묵념이 생략된 채 곧바로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했다. COVID-19로 인해 5년 만에 재개된 기념행사라는 주최측 안내를 듣고 나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 시작하는 애국가 1절은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회선언, 내․외빈 소개, 축사, 환영사, 공로패 수여 등 족히 30분 이상 진행된 1부 행사에 경향 각지에서 온 500여 회원 청중들이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적극 호응하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은 더 컸다. 홀로 애국가 가사를 읇조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라는 구절에서는 가슴이 절로 뜨거워졌다.
예로부터 선열들은 나라사랑의 실천에 혼신(渾身)의 힘을 다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나라’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에 의한 하나의 통치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집단. 국민·영토·주권의 3요소를 필요로 한다”로 정의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본다면 나라사랑은 고토(故土)를 비롯한 우리 영토·영해·영공에 대한 호국(護國)의 정신이고, 오랜 세월 공동체로서의 삶을 영위하면서 같은 언어·문화·역사를 공유해온 동포․겨레에 대한 애족(愛族)의 정신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순신, 안중근, 손병희, 유관순, 주시경, 홍범도, 윤동주, 이승만, 김구, 안창호 등은 일평생 나라사랑정신을 실천한 분들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나라사랑을 실천할 수 있을까. 우선, 기회 있을 때마다 애국가 가사를 음미해보자. 행사나 응원 때는 목청껏 불러보자. 잠시 해외만 나가도 “없던 애국심이 절로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어디선가 애국가가 들려오면, 저 멀리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면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왜일까. 전세계 재외한글학교 1만5천여 선생님들이 주말이나 주중 하루 온종일 미래세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21세기 독립군(獨立軍)’으로 살아가는 이유나 30여만의 한상(韓商)들이 한국의 상품․콘텐츠를 해외 각국에 전파․보급하는 ‘제2의 장보고(張保皐)’로 살아가는 이유는 친정(親庭)이 잘되고 본가(本家)가 잘 되야 현지에서 존경받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100대 문화상징’도 하나씩 기억해보자. 2006년 당시 문화관광부는 “민족의 에토스(ethos)를 형성하는 문화적 원형질” 100개를 선정·발표한 바 있다. 이것들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사고를 뛰어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韓流. K-move)의 밑바닥에 깃들어 있는 정신적 토양이다. 이들 중 일부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이미 등재되어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이들 문화상징을 제 몸처럼 아끼고 자식처럼 보호·관리하는 것은 나라사랑의 또 다른 길이다.
2주 후면 제22대 총선거다. 지금부터 입후보자들과 정당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 후 대한민국의 기초를 굳건히 하고 나라 살림을 튼실히 할 선량(善良)들을 골라야 한다.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결코 먼 데 있지 않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행사할 때라야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가사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