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감학원 평화와 인권의 공간으로 조성되길

2024.04.01 06:00:00 13면

‘국가폭력’ 아픈 역사지만 상처 치유하고 추모하는 경기도

이곳에서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약 40년간 4700여 명의 소년들이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 101-19 일원에 설치됐었던 소년 강제수용시설 선감학원 이야기이다. 기록과 증언록을 보면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인가, 공무원들이 이런 가혹한 일을 저지는 게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빠져나갈 길 없는 이곳에서 강제 노동과 폭력으로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 피해자는 “강제노동과 기합 받고 매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배고픔과 인권유린을 견디지 못하고 헤엄쳐 탈출하던 아이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닷물에 휩쓸려 죽었다. 시신은 근처에 암매장 됐는데 매장도 선감학원 원생들에게 시키기도 했단다. 여기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지난 2022년 9월 26일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시신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조사된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개토제(開土祭)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5년 당시 부좌현(안산단원을)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감학원 사건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2020년 12월 10일 아동피해대책협의회 166명의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선감학원 진실을 규명하라고 결정했다. 이 과정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에 지난 2022년 10월 20일 가해자인 경기도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동연 지사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 김지사는 피해자 생활 지원과 함께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및 의료서비스 지원, 묘역 정비와 희생자 추모 및 기념사업 등 지원 방안을 밝혔다.

 

경기도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지난 3월20일부터 선감학원 옛터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관리, 활용 방안 연구와 함께 선감학원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선감학원 옛터 보존ㆍ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와 경기도에 선감학원 유적지(옛터) 보호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옛터 약 9만㎡에는 과거 아동숙소ㆍ관사ㆍ우사ㆍ염전창고 등으로 사용된 건물 11개 동이 남아있다.

 

연구용역은 (재)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맡아 올해 12월까지 진행된다. 선감학원 옛터 현장조사를 비롯해 옛터 보존ㆍ활용ㆍ복원 등 타당성을 검토하는 한편 피해자ㆍ지역주민ㆍ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분야별 전문가 자문도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선감학원 역사문화공간 조성 기본방향을 도출하고 역사문화공간 세부 도입시설 및 운영ㆍ관리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내 역사ㆍ문화자원을 조사해 연계하고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검토하는 등 옛터 보존ㆍ활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 “김동연 지사님께 사과를 받으니까 오늘 집에 가서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던 한 피해자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감학원 옛터와 건물의 가치가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과 활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경기도가 고맙다. 이곳이 용서와 화해, 치유와 평화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