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판단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재판부의 구체적인 판결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노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 판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사법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에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며 최 회장에게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 1조 3808억 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의 경영권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오류의 핵심은 판결의 주요 쟁점인 주식가치 산정이 잘못돼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고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1998년 5월)의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봤지만, 액면분할을 고려한다면 당시의 가치는 주당 1000원이 맞다는 설명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현 SK C&C)의 가치를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 상장 당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년부터 1998년 고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을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재산 분할 비율을 65 대 35로 정하고 약 1조 3800억 원의 재산분할을 판시했다. SK 주식의 가치 성장이 재산분할에 있어 가장 크게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바로잡을 경우,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어나는 대신 최 회장의 기여분이 10분의 1인 35.5배로 줄어든다. 사실상 100배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최 회장은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내용, 또 6공화국의 후광으로 SK가 성장해왔다는 판결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해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대법원 판결로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대적 인수합병과 헤지펀드 등 경영권 위기 우려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이거(이혼소송 판결) 말고도 저희는 수많은 고비를 넘겨 왔기 때문에 이런 고비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과 같은 그런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되고, 설사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 또한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SK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를 바로잡아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구성원들의 명예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곡해된 사실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을 다할 예정”이라며 “물론 부단한 기술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