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전보다 언어가 더 큰 장벽"…건설현장 이주 노동자의 현실

2024.07.15 15:16:50 7면

건축 공사 현장 이주 노동자 향한 고성·욕설 발생
한국어 미숙해 사고 예방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
의사소통 한정적 산업재해 노출…"교육 제도 필요"

 

"말이 안 통해 고함을 지르면서 손짓 발짓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입니다."

 

15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건물 공사 현장에서는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정비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에서 굴삭기로 땅을 파는 등 작업을 하던 이주 노동자와 인근 안전을 관리하는 신호수가 대화라고 보기 힘든 고함과 언성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신호수는 구체적인 지시 대신 "어어, 여기 어어"라며 언성을 높였고 굴삭기를 조정하던 이주 노동자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으로 답변을 하곤 했다.

 

같은 날 용인시의 한 상가 건물 건축 현장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했다.

 

골조가 완성된 현장에서는 각종 중장비들로 소음이 발생하고 있었고, 건물 내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건축 자재를 옮기는 등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업무를 지시하던 내국인 노동자들이 이주 노동자를 향해 거친 말과 욕설을 사용하며 "거기가 아니라 여기야"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이 이에 대답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공사 현장에 각종 위험 요소가 많은 반면 이주 노동자들은 아직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어로 된 안전 수칙을 이주 노동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공사 현장에서 내국인 노동자 등이 거친 말로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공사 현장에서 언성을 높이지 않으면 이주 노동자들은 안전 사고에 노출되기 쉽다"며 "결국 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고함을 지르거나 손짓 발짓을 다 써가며 현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산업 현장에서 3D 직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미숙한 한국어로 안전 사고에 노출된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외국인근로자의 산재현황 파악 및 제도개선 연구'에 따르면 내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적과 언어가 다른 이주 노동자 간 의사소통도 한정적인 대화에 그친다. 이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은 각종 산업재해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안석열 아랍이주난민센터 대표는 "건설 현장마다 안전 위험 요소가 다른데 이주 노동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를 제대로 전달받기 어렵다"며 "그러나 이들을 위한 한국어 등 교육 체계는 미흡해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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