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은 약 4591억원으로 성장한데 이어 올해도 열기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까지 뮤지컬 시장의 티켓판매액은 2200억원으로 지난해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완성도 높은 다양한 소재의 창작뮤지컬들과 이미 검증된 유명 작품들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뮤지컬시장은 그야말로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10주년을 맞은 공연들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6월 5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초연해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9개 부문을 수상했다. 개막 10주 만에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하며 단일 시즌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출연 배우들 모두 1인 2역을 맡은 것이 특징이다.
9월 7일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 역시 10주년 공연이다. 2014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막을 올렸고, 올해 6번째 시즌으로 관객을 만난다. 2013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음악상 등 6개 부문의 상을 석권했다.
‘킹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전혀 다른 두 남자 ‘찰리’와 ‘롤라’를 통해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외에도 올해 ‘마리 앙투아네트’와 ‘레미제라블’도 10주년 기념 공연을 마쳤고, 작년에는 ‘레베카’가 10주년 공연으로 전체 뮤지컬 중 티켓판매액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날들’ 역시 작년 10주년 공연을 마쳤고, ‘영웅’은 현재 15주년 기념 공연을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성장한 뮤지컬 시장에서 10년이라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컬에 대해 전문가는 국가 지원 사업과 스타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체 창작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뮤지컬전공 교수는 “뮤지컬이 10주년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뮤지컬이 대중화가 됐다는 것”이라며 “그 원동력 중의 하나로 초·중·고등학교의 예술 교육이 잠재적 관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뮤지컬 마니아층이 확고해 그 작품의 질 보다는 검증된 작품의 라이센스만 들어오는 경향, 자신이 선호하는 배우들만 고집하는 경향, 작품 전체의 결을 감상하기보다는 선호하는 배우 스타 시스템에서만 의존하는 제작 시스템들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나은 뮤지컬 시장이 되기 위해선 국가에서 하는 창작 지원 사업이라든가 제작사에서 아이돌 같은 유명 인사를 개발하기보다는 뮤지컬을 전문적으로 하는 배우들의 길을 열어주는 것, 자체적 창작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