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상훈 “1인 9역을 잘하려면 10초 안에 설득이 돼야 해요”

2024.08.20 10:40:05 10면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1인 9역 ‘다이스퀴스’역
15초 만에 의상, 가발, 분장 바꾸는 ‘퀵체인지’로 웃음 유발
“뮤지컬은 현존하는 공연 예술 중 최고, 관객에게 애쓰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1인 9역을 잘하려면 대표적인 캐릭터를 봐도 10초 안에 설득이 돼야 해요. 부자인지 가난한지, 욕심이 많은지 아니면 여자인데 괴팍한지. ‘젠틀맨스 가이드’의 ‘다이스퀴스’는 단편적인 면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를 빨리 이입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뒀죠”

 

4년 만에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의 ‘다이스퀴스’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정상훈은 1인 9역을 맡은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정상훈이 맡은 ‘다이스퀴스’역은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의 귀족 가문의 후계자들이다. 성직자, 은행장, 자선사업가, 배우, 보디빌더, 양봉업자, 소령 등 8명의 ‘다이스퀴스’는 여덟 번째 후계자 ‘몬티 나바로’에 의해 차례로 죽임을 당하게 된다. ‘다이스퀴스’는 15초 만에 의상, 가발, 분장 등을 바꾸어 무대로 나오는 ‘퀵체인지(Quick Change)’로 웃음을 유발한다.

 

정상훈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거고, 1인 9역의 캐릭터 표현이 너무 재밌어보여서 하고 싶었다”며 “염려가 됐던 부분은 미국식 코미디를 흘러가는 사회에 맞춰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저만의 것들로 많이 바꿨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이어 “4년 전엔 코로나가 너무 심해서 관객을 제대로 못 만났는데 이번에 관객들을 다시 만나 너무 행복했다”며 “당시 한 달 공연을 못하고 두 자리 건너뛰기를 했다. 웃으면 안 됐는데 4년 만에 다시 하니까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는 것 같고 너무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SNL 배우로도 인기를 얻은 정상훈은 평상시에도 주변 사람들이 농담으로 웃어주는 것이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다. 미대에 다니다가 교수님께서 ‘마음에 꿈이 있으면 언젠가는 도전을 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휴학계를 내고 서울예술대학교로 편입하기도 했다.

 

정상훈은 “저는 어렸을 때는 하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서울예술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전국의 끼 있는 친구들이 다 있는 걸 보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밥 먹고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울예대에는 이휘재, 송은이, 김생민, 정성화 선배, 김한석, 김진수, 백재현 등이 참여한 ‘개그클럽’이 있었는데 이들과 '콩트 한번 만들어 무대에 올라가자’라고 3개월 연습한 것이 대박이 터졌다”며 "당시 SBS PD의 눈에 띄어 TV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하게 됐다”고 일화를 전했다.

 

정상훈은 누군가를 웃기는 것은 자기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감독과 상의를 많이 해야 해 늘 어렵다면서도 배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조언을 한다면 웃기고 싶으면 무조건 농담을 해 그 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신 남을 인신공격 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고 ‘프렌즈’나 ‘오피스’ 같은 시트콤의 코미디 공식을 익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상훈에게 뮤지컬은 현존하는 공연 예술 중 최고다. 진짜 노래를 잘 하는 배우의 노래를 들으면 뭉클해지는 것과 동시에 무대에 띄워지는 첨단 영상이 그리스 시대의 연극 무대의 감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또 배우가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장소가 무대다.

 

정상훈은 “다음번에 하고 싶은 배역을 꼽으라면 ‘몬티 나바로 역’을 하고 싶다”며 “한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며 음악적으로 변화를 주는 부분이 좋아 보였고, 관객들을 끌어당겨서 나중에 백작의 자리에 앉았을 때 희열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뮤지컬을 하면서 다시 제가 저에 대해 알게 됐다”며 “지금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변화법을 훨씬 더 많이 연구하고 노래 연습도 많이 해서 처음 뮤지컬 보신 분들은 9명이 다른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고륜형 기자 krh0830@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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