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흔드는 관치…이복현 으름장에 전방위 대출규제

2024.08.27 20:41:44 1면

"금리 올려 쉽게 대응" 한 마디에
한도·만기 제한 등 대출 억제 총력
"정책 실패 책임 은행에 전가" 비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인상은 쉬운 방법"이라고 질타한 지 하루 만에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한도와 만기를 제한하는 조치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 실패를 은행의 관리 실패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미루는 등 대출심리를 부추겨 놓고 상황이 심각해지니 은행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6일 이사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씨티·전북은행의 행장 또는 부행장(대참)이 참석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은행을 통해 공급되는 자금이 투기 및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자율적인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은행별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별 은행들의 대출 만기·한도 제한 조치도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최장 40년인 주담대 만기를 30년(수도권 주택 기준)으로 축소하고, 주택을 담보로 한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도 물건별 1억 원으로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5일부터 주담대를 활용한 '갭투자'를 방지하고자 대출 실행일에 임대인(매수자) 소유권이 이전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일시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2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의 한도를 1억 원으로 줄이고 대출 모집법인 한도를 월 2000억 원 내외로 관리할 예정이다. 또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과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등도 제한한다.

 

이 원장의 경고가 이러한 은행권 대출 제한 조치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당국이 바란 모습이 아니다"라며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이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시작됐고, 당국도 이를 사실상 묵인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금감원은 은행 부행장들을 만나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후 은행들은 앞다퉈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이후 20차례 이상 인상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를 끌어올리지 않고 대출 수요를 잡는 게 쉽지 않다"며 "한도 조정은 은행 입장에서 부담되는 부분이 있어 정부 정책과 함께 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관성 없는 금융당국의 관치가 시장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도 대두된다. 올해 초부터 대규모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낮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것. 지난 7월 도입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9월로 미루며 막차 수요를 자극해 놓고 비판이 일자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입맞에 맞춰 금리를 올렸더니 제 욕심만 채운 몰염치한 은행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면서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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