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해 저출생 극복 앞장"…금융노조, 총파업 예고

2024.08.29 14:19:07 5면

주 4.5일제·영업시간 30분 단축 등 요구
"저출생 해결 위해 근로시간 단축 필요"
"현실 모른다" 금융당국 정면 비판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가 주 4.5일제(36시간 근무) 도입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임금 인상률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반드시 도입시키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노조는 29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조합원 대상 총파업 찬반투표 진행 결과 95.0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 참여율은 70%였다. 총파업 예정일은 다음 달 25일이다.

 

금융노조가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은 주 4.5일제(36시간) 도입과 영업시간 30분 단축이다. 임금인상률은 5.1%를 제시했다.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서라면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는 일부 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은 '주 4.5일제를 위한 최초의 산별 총파업'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20년 전 주 5일제를 최초 도입한 것처럼 주 4일제의 포문도 금융노조가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공약으로 주 4일제가 등장하고 국회 제1당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보수여당의 전당대회에서도 주 3일 출근제가 나왔다"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이 '일터에 있는 시간 줄이기'라는 사회적 컨센서스(합의)가 있는 만큼 주 4일제는 찬반이 아닌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대 시중은행 기준 여성 노동자 비율은 62% 가량이고 본점 근무인원을 제외한 영업점 기준으로는 70%에 육박한다"며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여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의 특성상 노동시간 단축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며 "부모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자녀에게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없는 환경에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금융노조가 3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출생률을 조사한 결과, 최근 10년간 출생률이 63% 감소했다. 이 중 한곳의 감소율은 70%에 달했다.

 

금융노조는 근로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각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9시 영업 개시를 위해 직원들이 8시 30분 전후로 출근하고 있는 만큼, 비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출퇴근 소요시간이 90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점 출근을 위해) 아침 7시 경에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2000년대 초반 학생들이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며 학교의 0교시가 폐지됐지만 금융노동자들은 이러한 사회적 합의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현재 은행 등 영업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근로시작 시간이 9시임에도 불구하고 9시 영업개시를 위해 매일 30분~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9시 영업 개시를 위한 조기출근으로 출산과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영업점 운영시간 단축으로 인해 고객 불편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실제로 고객이 몰리는 시간은 오전 10시 이후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고, 비대면 활성화 등으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고객 불편 문제와 연관성이 없진 않겠지만 우려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금융노조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사회공헌기금 조성, 영업점 폐쇄 시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 보호 고려, 청년 채용규모 확대 및 비정규직 최소화 등) 및 본사 이전계획 통지 의무 및 본점 이전 또는 폐지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와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이자부담 책임을 은행권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리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줄이라는 신호를 줘 놓고 이제와서 은행의 금리 인상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출 관련 정권의 신호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금융권에 비판을 돌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무능이 감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예대마진 지적 또한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ELS 등 고위험상품을 취급하다 소비자 피해가 커진 사례가 반복됐다는 것.

 

김 위원장은 "예대마진은 은행 산업의 기본"이라며 "예대마진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고민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은행에서 다른 일(비이자수익 확대 등)을 했던 것들이 고객에게 도움이 됐던 사례가 있냐"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고현솔 기자 sol@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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