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경기도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예정된 가운데, 금융권의 잇따른 대출 규제로 인해 수분양자들의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기존에 많이 활용하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충당하는 방식이 어려워지면서 입주를 앞둔 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10월 수도권 입주 물량은 총 1만 332가구로 집계됐으며, 이 중 경기도 입주 물량이 9601가구로 가장 많았다. 특히, 안양역푸르지오더샵(2736세대), e편한세상안성그랑루체(1370세대), 오산세교2지구A-4블록중흥S-클래스에듀파크 (1245세대) 등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지역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많은 수분양자들은 전세를 놓고 세입자가 받은 전세대출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자금 마련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신규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이 제한되면서 이러한 방식이 어려워졌다. 특히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갭투자를 막기 위해 신규 분양 주택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 역시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판매를 중단하고, NH농협은행은 대출 모집 법인의 대출 취급 한도를 소진시켰다. IBK기업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등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금융권의 규제 강화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 달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은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9월 전세대출 잔액은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갭투자를 제한하면서 전세대출 잔액이 한 달 새 1조 원 이상 급감했다.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의 9월 전세대출 잔액은 117조 8060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 302억 원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전세대출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대출과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는 갭투자를 억제하고 시장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시장 침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유동성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