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해에 4000명이 ‘고독사’ 하는 나라

2024.11.11 06:00:00 13면

국가·지방정부, 사회가 연대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

‘고독사’는 가족과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예방법)’을 따른 것으로, 앞으로 5년마다 실시될 예정이다. 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고독사 사망자 수가 한해 4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총 3378명이었는데 이는 전체 사망자의 1.06%였다. 고독사 사망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듬해인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이었다. 고독사의 원인 가운데는 노인 빈곤문제와 사회와 국가의 무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홀로 사는 노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도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이 혼자 사는 집은 32.8%나 됐다. 3년 전보다 무려 13%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특히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고독사한 사람들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가 41%나 됐다.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에 국민들이 공감하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2027년까지 노인 일자리를 전체 노인의 10% 수준으로 늘려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독사를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기도내 지방정부들도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시는 고독사 예방·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8월 ‘고독사 예방 추진단’을 구성했다. 고독사 예방 추진단은 돌봄정책과·복지정책과 등 11개 과, 4개 구 보건소 등으로 구성됐다. 또 지난 2월 수원시정연구원이 시민패널 1305명을 대상으로 ‘수원시민의 외로움, 사회적 고립에 관한 실태조사’를 했다. 시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7월에는 중장년 취약계층 고독사위험군 4300여 명을 대상으로 현장 발굴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근거로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부 확인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동시에 수원새빛돌봄 식사지원서비스, 고독사 유품정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수원시사회적기업협의회와 함께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다이닝(식사) 프로그램, 힐링 프로그램(미술관 관람, 산책) 등도 진행한다.

 

안성시도 고독사 예방사업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2024년 안성시 고독사 예방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해 고독사 위험군 발굴, 사회적 고립해소 사업, 생애 주기별 정서지원 및 일상돌봄서비스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5월에는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고립가구 지원조례’를 제정, 법적근거도 마련했다. 복지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된 중장년 1인가구 235가구를 대상으로 방문상담을 실시해 고독사 고위험군 29명과 중위험군 42명을 선별하기도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주 2회 건강음료를 전달하면서 이전에 배달한 음료가 그대로 남아있는지 안부확인을 하고 있다. 또 지역화폐를 지원, 편의점·식당 등으로 외출을 유도, 우울감을 해소시키고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성과를 거두는 곳도 있다. 대전시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8년 95명이었으나 2019년 113명, 2020년 120명, 2021년 128명, 2022년 141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기준 104명으로 유의미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대전시는 2023년 고독사 관련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고독사 예방사업을 추진했다. 이들 사업에 2024년 497억 원을 투입했다. 행정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진 성과였다.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지방정부, 우리 사회가 연대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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